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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함께 읽는 셰익스피어 20 - 4대비극, 5대희극 수록 ㅣ 현대지성 클래식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저, 찰스 램.메리 램 엮음, 김기찬 옮김, 존 에버렛 밀레이 외 그림 / 현대지성 / 2016년 1월
평점 :
그동안 글밥이 많고 흑백의 삽화가 들어간 현대지성 클래식도서를 읽었다면, 이번 책은 셰익스피어 비극과 희극을 포함한 대표작 20편이 컬러풀한 명화와 함께 곁들여져서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줄거리를 알고 있지만 어렴풋한 기억이 맴도는 내용도 다시 읽으니 재미가 배가되고 새로웠다. 책 표지는 명작 중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이다.
셰익스피어의 초상화로 시작해서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세계적인 극작가의 작품을 한데 모아놓은 책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드라마도 새드 앤딩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 4대비극이 더 오래 기억되는 내용이 많았다. 그 외 대표작으로 말미에 수록된 <로미오와 줄리엣>이 왜 4대 비극에 들어가지 않는지 의아할 정도로 내게는 너무도 비극적이고 슬펐다. 아마도 원수지간이었던 두 가문이 자녀들의 사랑으로 인한 죽음 앞에서 결국 화해를 했기 때문일까.
4대비극
<햄릿><오셀로><리어왕><맥베스>
그를 가장 괴롭게 한 것은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었다.
그가 보았던 아버지의 유령은 계속 그의 상상 세계에 출몰했고, 살인자에게 복수하라는 신성한 명령을 이루기까지 그는 쉬지 못했다. 복수가 연기되는 모든 시간이 일종의 죄를 짓는 것처럼 느껴졌고,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는 처사로 생각되었다.---햄릿
햄릿은 배신 행위를 알아채고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고, 그러면서 원인을 찾았다. 레어티즈는 그에게 자신이 배신자라고 자백했다. 그리고 햄릿이 자기에게 상처를 입혀 목숨이 얼마남지 않은 것을 느끼고 자신의 배신 행위를 고백하고, 어떻게해서 음모의 희생자가 되었는지를 고백했다. --햄릿
이아고는 교활했고 인간 본성을 깊이 연구한 터라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는 모든 고통 가운데 (신체의 고통을 훨씬 초월하는) 질투의 고통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며 가장 매서운 가시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오셀로
공기처럼 가벼운 사소한 일이 질투 어린 증거가 되면 성경처럼 강력한 법으로 변한다. 아내의 손수건을 카시오가 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기만당한 오셀로에게 어떻게해서 카시오가 그것을 얻게 되었는지를 한번 알아보지도 않고서 두 사람에게 사향선고를 내리게 만들 정도로 충분한 이유였다.---오셀로
권력이 아첨에 넘어갈 때 명예는 평범해진다. 리어왕이 아무리 위협한들 이미 목숨을 그의 처분에 맡긴 켄트에게 두려운 일이 무엇이겠는가? 분명 위협은 직언의 의무를 가로막지 못했다.---리어왕
허위와 위선이 선한 태도와 타협할 수 없는 것처럼 참된 사랑과 절개는 악한 태도로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리어왕
5대희극
<베니스의 상인><말괄량이 길들이기>
<한여름 밤의 꿈><뜻대로 하세요>
<십이야>
안토니오, 나는 생명만큼 소중한 아내와 결혼했네. 그러나 나의 아내와 온 세상이 내게는 자네 생명보다 귀하지 않네. 자네를 구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잃어버려도, 여기 악마에게 주어버려도 좋겠네. ---베니스의 상인
하지만 이젠 삶이 변해 버렸어. 사랑을 비난했던 일을 참으로 반성했다네. 사랑을 조롱한 복수로, 사랑이 내 매혹된 눈에서 잠을 쫓아내 버렸네. 프로테우스. 사랑은 강력한 군주로서 나를 매우 겸손하게 만들었네. 고백하건대 사랑의 징계만큼 비통한 일이 없고, 그에게 봉사하는 것만한 기쁨이 없다네.----베로나의 두 신사
작품 속에 사랑과 이별, 욕망과 배신 그리고 질투과 용서가 반복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사랑이란 얼마나 초라하고 볼품없는지 망연자실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의 사랑이라고는 아첨하는 딸들에게 속는 것이고, 막내 딸의 진심어린 사랑을 모르는 <리어왕>을 시작으로 가문의 몰락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선왕을 죽이고 그의 형제와 결혼한 부도덕한 햄릿의 어머니, 유약한 <햄릿>의 이야기는 정말 비극의 정수같았다.
<오셀로>는 사랑하는 부부사이에 질투라는 감정을 매개로 이간질하는 자의 계략으로 부인을 의심과 부도덕함으로 몰아 결국 죽음을 보고나서야 진실을 알고 후회를 한다. 어리석고 부질없는 사랑의 형상들에 화가 나고 답답했다. 비극을 지나 희극을 읽으며 한결 분위기가 밝아졌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 굳이 아내 카타리나를 길들여 순종하는 여자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불편했다. 현대소설이 아닌 고전이니 어쩔 수 없는 시대였겠거니 하면서도 속에서 작은 반항심이 꿈틀거렸다. 반면에 사랑의 확신과 기쁨으로 가득찬 작품을 읽을 때는 함께 행복이 가득 피어오르는 기분이 들었으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소설화되고 영화로 재탄생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비극들과 다른 성격의 희극이라하지만, 갈등도 심각하고 음울한 느낌의 희극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역시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장 서정적이면서 애처로웠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게 맞는 말인가보다. 죽음을 위장했다는 소식을 전해듣지 못하므로 인해 서로의 운명을 갈라놓아 죽음을 맞는 서사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백미이지만 사랑하는 두 연인에게 너무 가혹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사랑으로, 이룰 수 없음에 마음아픈 사랑의 대명사로 오래도록 남아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천천히 읽어 볼 기회가 생겨서 너무 행복하고 뜻깊은 시간으로 남게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