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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식객 김명익의 일상다반사
김명익 지음 / 중앙M&B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창가로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가을이다.
차 마시기 좋은 그런 계절이 아닌가 , 그냥 가만히 보고 있어도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베란다 한켠에 따스히 들어오는 햇빛
그런 창가에서 따뜻한 차 한잔에 친구와 마주앉아 있고 싶은 그런 계절.
이 책을 보면 선선한 가을에 너무 잘 맞을 뿐더러 차를 좋아하지 않아도 다 읽고 나면 보이차를 꼭 한번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들것이다.
가까운 친구중에 차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물론 다 사는게 그런것처럼 티백을 마시지는 않지만 그냥 수제 녹차 한통 사서 아껴가며 마시는데 이상하게도 차를 좋아한단 이야기를
듣고나선 녹차나 다른 차를 볼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 난다.
이책을 처음 보았을때도 다 읽고나서 친구에게 보여주면 너무 좋아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 차의 주산지인 운남성 차밭의 모습, 뒤로 얼하이 호수가 보인다. ~
이책의 저자 김명익선생님은 인간극장에도 나왔던 보이차의 전문가라고 한다.
보이차는 사실 이름만 들어봤을뿐 실제로 본적도 없고 마셔본적도 없다.
난 그냥 평소에 녹차나 커피 믹스를 즐겨먹는지라 어쩌면 정통 차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볼수 있는데
이책을 읽는 내내 보이차 한번 마셔봤으면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날줄을 몰랐다.
아마도 보이차는 비싸단 생각에 미처 사서 마셔볼 생각조차 못했는지도 모른다.
보이차는 중국 운남성이 주요산지이며 녹차와 달리 숙성을 거쳐 만드는 차라고 한다.
만드는 방법은 차잎을 따서 덖은뒤 찻잎을 쌓아두고 습도를 높게,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고 종종 물을 뿌려가며 45일정도 발효시킨다.
이 과정에서 차에 유익한 균이 생기는데 이 균이 보이차가 오랜기간 숙성을 거치면서 맛이 더 신비로워지게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고 한다.
숙성시키는 차라니 된장이나 치즈도 아니고 차를 숙성시킨다는 말은 처음 알았다.
어떤 맛일까? 이렇게 숙성시킨 차를 여러 모양으로 포장하는데 원반 모양의 병차, 직사각형의 전차, 버섯처럼 생긴 타차, 흐트러진 잎 상태의 산차 등 찍어내는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른데 최소 7년이상을 숙성시키고 개중엔 17년이 넘은 것도 있는데 아주 명차에 속한다고 한다.
하지만 보이차라고 해서 다 숙성하는 것은 아니며 생차라고 해서 잎을 쪄서 숙성시킨 보이차도 있다고 하는데 오래될수록 좋은 차라니
참 신기하다.
나와 같은 초보자는 오래된 비싼 보이차를 구입하지 말고 그냥 2 ~ 3년된 것을 골라 편하게 마시는 것이 좋으며 처음부터 비싼 차를 사서 마시면 제대로 맛도 모르고 돈만 낭비할수도 있다고 하는 이유에서 권하는 거라고 한다.
차를 고르러 산지인 운남성까지 가는 저자의 행로는 참 대단해 보인다. 옆동네도 아닌 산지에 가서 차를 재배하는 사람을 만나고 차를 덖는 모습, 그 곳에 사는 사람들, 차의 향기를 이곳까지 가져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차 맛이 어떤 걸 골라야 하는지는 그냥 많이 마셔보면 알수 있다고 하니 그냥 자신의 입맛에 맞게 편하게 마실수 있는 것이면 좋을듯 싶다.
차에 대해 공부했으니 이제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다도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선생의 다기장을 보면서 입이 딱 벌어졌다.
달랑 다기 두세트 있는 나의 집과는 달리 무슨 찻집을 보는듯, 다기를 파는 가게를 생각나게 할 정도로 다기가 많다.
알고보니 삼대에 걸친 차를 즐기는 집안이라 대대로 물려받은 것과 더불어 훌륭한 작가와 볼때마다 좋은 다기를 사 모은 결과라고 한다.
무슨 특별한 방법으로 마셔야 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가장 편하게 잘 마시는 것이 다도의 시작이라고 말씀해주신다.
책속에는 차를 잘 마시는 방법과 편하게 마시는 방법에 대해 사진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새로이 안 것은 찻잔에 얼룩이 든 것은 훈장으로 알고 그냥 두라는 것과 세제로 다기를 씻지 말라는 것이다.
어쩌다 세제로 씻기도 했는데 차에 화학성분이 들어갈수도 있고 차맛을 버릴수 있으니 절대로 하지 말라 하신다.
그리고 깨지거나 금간 다기를 금으로 때우는 것은 정말 소중히 여기는 구나 하는 마음에 나도 다기를 소중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가르치는 분인데 책속엔 밥집도 찻집도 아닌데 오는 손님마다 꼭 밥을 해먹이는 모습이 나와있다.
차를 이야기하는 책인데 요리책인가 싶을 정도로 요리법도 자세히 나와있어 재미있다.
물회를 먹고 계절마다 새로이 나오는 재료에 따뜻한 밥 한그릇 지어 나누는 모습은 사람을 따뜻하게 만드는 정이 있어 보인다.
재물이 많이 있어 나누는 것이 아니고 그저 사람이 좋아 집에 들어오는 사람을 대접하고 나누는 그런 마음이 소중해 보여
시시비비를 가리고 이윤을 챙기는 각박한 세상에 따뜻함이 살아있는 것 같아 입가에 미소가 들게 만든다.
단순한 차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기보다는 차에 관한 화보집이라 할수 있을정도로 책속엔 여러가지 알록달록한 다기부터 맑은 숲속을 연상시킬정도의 잘 꾸며진 저자의 정원모습, 집이 아닌 찻집에 와 있는 듯한 집안 곳곳의 모습이 담겨 있다.
거기에 그냥 제철의 재료로 뚝딱 뚝딱 만드는 요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넘어갈수 없는 삶의 모습이 담겨 있어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런 책이라 할수 있다.
참 오래간만에 나눔이 있는 따뜻한 정이 넘치는 그런 책을 읽은 것 같아 마음이 즐겁다. 이책은 읽는 다기보다는 보는 책이라 할수 있겠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계절에 꼭 보고 넘어가면 좋을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