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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평점 :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마음에 드는 배우자와 결혼하고
아이를 잘 키우는 것, 멋진 사회적 위치를 가지는 것, 부자가 되는 것 등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이루었으면 하는 조건들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것을 갖추기는 정말 힘들고 또 갖춘다고 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아는 엄친아, 엄친딸로 불리는 이들이나 재벌 2세, 잘 나가는 사람들의 같이 모든 걸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갖추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렇다고 해서 속속들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건 아니지 않을까?
하지만 행복의 조건이란 것은 객관적인 조건만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만족하면 돈이 많지 않아도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들 키우면서 적당히 돈을 벌고 사는 것이
인생의 행복이라고 할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책의 저자는 조지 베일런트로 긍정심리학의 대표적인 학자로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감수를 하신 이시형님과 동갑이면서 장기적인 심리 연구를 한 경우로 유명하다고 한다.
처음 제목을 보면서 행복의 조건은 어떤 것인지 단순하게만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참 대단한 책이구나 싶었다.
심리학자가 어려운 직업이란 생각도 더불어 하게 만들었는데 심리학쪽에서는 장기 연구를 많이 한다고 한다.
십년은 기본에 이책의 경우 73년째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니 참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싶었는데 정말 이런 연구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연구자의 인내심이라고 한다. 두세번쯤 연구자가 바뀌는 것은 기본이고 인내심있게 연구대상자들과의 관계 형성과 또다른 것은 연구자금의 지속적인 지원인데 끝긴다면 연구는 계속하기가 힘들다고 하니 사회적인 관심도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이런 연구를 심리학에선 성인발달연구라 하는데 전향적연구라고 한다.
이책에 나오는 성인발달연구의 대상자는 세 집단인데 1939년에서 1942년까지 총 268명의 하버드대학생 2학년생들을 뽑은
하버드 졸업생(그랜트) 집단과 1922년 스탠포드 대학 교수에 의해 뽑힌 아이큐 150이상의 터먼 여성 집단,
1939년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과 평범한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너시티 집단 이렇게 세집단인데 이들은 표면적인 조건으로 본다면
차이가 많이 나는 집단이라고 볼수 있다.
이 연구의 특징은 이들 대상자 뿐 아니라 이들의 가족과 면담을 하고 유년기엔 어떤 아이였는지 청소년기, 연구가 진행되던 젊은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변화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것이다. 무언가 병이 진단된후에 연구를 한 것이 아니고 어떤 요인으로 심리적인 병이 생기는지, 청년기와 노년기, 행복의 조건들은 어떤 것이 인생을 좌우하는지 알수 있는 최초의 연구가 아닐까 싶다.
외면적인 조건으로 본다면 터먼 여성집단과 하버드 졸업생들의 집단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아주 괜찮은 삶을 살아야 하고 이너시티 집단은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았다고 해야 하지만 실제로 이들이 나이가 들어 60세가 되고 70세가 넘어가고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삶은
그렇게 일반적인 생각과는 좀 다르고 개인차가 보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있다고 해서 그랜트 집단과 터먼 여성 집단의 대상자들이 모두 인생을 행복하게 살았다고 볼수는 없는것 같았다.
물론 이 연구의 대상자들이 전부 백인이고 일부의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인 연구라고 할수는 없지만
70여년이 넘게 진행된 연구이고 대상자의 인생 전체를 지켜보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연구라고 볼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책에서 느낀 것은 인생의 좋은 조건이 다 갖추어졌다고 해서 행복하고 평화롭게 늙어간다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어떤 환경에서든지 본인 스스로 행복하고 잘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대상자들이 어떻게 발달 과정을 거치는지 알기 위해서 적용한 것은 로버트 해빙허스트의 발달과업인데
이 과업은 정체성 형성, 친밀감 형성, 직업적 안정, 생산성, 의미의 수호자, 통합의 순인데 개인에 따라
이 과업들이 단계적으로 수행될수도 있고 순서를 바꿔서 수행될수도 있다.
정체성은 유아기부터 청소년기에 부모로부터 독립된 자기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잘 이루어져야
사회적으로 배우자나 타인과 친밀감을 잘 형성할수 있고 이후 직업적으로 안정되고 생산성 있는 활동을 거칠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가족들과 잘 지내고 자신이 이룬 것을 후대에 물려주고 노년기까지 행복하고 즐거운 활동을 지속하는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것은 어떤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해서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이 연구의 대상자들은 집단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였지만 노년기에 들어 사망하는 순간까지 개인별로 안정된 훌륭한 삶을 산 경우도 있지만
인생을 궁핍하고 불안하게 산 경우도 많았다.
행복의 질이 학벌과 아이큐, 직업등에 의해 결정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이 처한 환경이 불우하다고 해도 그 환경에서 할수 있는 걸 하고 사회적으로 유명인이 되거나 부자가 아니더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안정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면 이것이 행복한 노년기를 맞이하게 만들고 결국 삶 전체를
윤택하게 살아낼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의 가장 존경스러운 점은 한개인의 일생을 건드리지 않고 나이에 따라서 어떻게 생각이 달라지고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심리적인 상태는 어땠는지 꾸준히 지켜보았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서 행복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앞으로 살아가야 삶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무엇을 신경써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히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서 경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현재를 사는 모든 사람이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