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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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 

 

 

 

삶의 가장 긴 기간일 수도 있는 노년기,

다만  늙었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고 여긴다면 그건 삶에 대한 모독이다. (213쪽)

 

 

     생각하면 소중하고 그리운 것들이 참 많다. '박완서'선생님의 유작집인 [노란집]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자꾸 든다.  작고하시기 전까지 거주했던 구리의 아치울마을이라는 시골마을에서의 노후 하루하루를 담아 써내려간  글속에는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한번쯤은  노란집 마당을 꼭 만나보고 싶어진다. 이름 없는 풀꽃부터 근사하다는 살구나무까지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누구든 그 집에 찾아와 정원을 보고 별 말이 없으면 기분이 살짝 나빠진다는 노년의 선생님의  마음도 그대로 와 닿는다. 그만큼 그 집에는  선생님의 정성과  끝도 없는 많은 이야기들, 정성스러운 손길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년을 넘긴 지금도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생각했는데, 노란 집의 노년의 작가가 전하는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는 나를 다시 한 번 다잡게 한다.  이름 없는 풀꽃들이 예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나이가 들어간다는  글에도 너무 공감이  간다.  계절이 변하는 모습,  길고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아직 쌀쌀한 날씨 가운데 돋아나는 새싹은 얼마나 예쁘던가.  지금보다 어린 나이라면  이런 글들에 대해 지금처럼 공감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모든 이야기가 공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아직은 그래도 내가 젊다는 자만이 조금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갈아엎어주기를 바라는 흙의 욱신거림, 거기 화답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농사꾼의 근육.',  (44쪽) 쑥 잎 하나, 냉이 같은 보잘것없는 것들은 어찌하여 해마다 새롭게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 것인가  (48쪽)  예전의 선생님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느끼곤 했지만,  흙의 욱신거림,  농사꾼의 화답하고 싶어 하는 근육,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 것들에 대한 표현은  읽으면서  줄을 그을 수밖에 없는 글귀들이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실 수 있을까.  읽어보면 너무도 공감이 가고 근사한 그것들이  마냥 사랑스럽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인생에 대해  무엇무엇을 하라는 많은 자기 계발서들이  나와있고, 나름 여러 권 읽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서 얻을 수 없는 짠한 감동이  선생님의 솔직하고 따뜻한 글속에는 함께 한다. 

 

  딸이 엄마의 유작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고, 그 책에 서문을 달아 출간이 되었으니,  지금은 다른 곳에 계신 선생님이지만  마냥 흐뭇하고  좋아하실 것 같다.  주변을 걱정하고 더불어 사는 것에 일침을 가하기도 하고,  노년에 삶에 대해 진지하게  일러주기도 하고,  때로는 소녀처럼 작은 것에  기뻐하기도 하는 글들은  읽으면서  딱 이렇게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인생의 막바지지만,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싶다.  선생님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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