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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장선하 옮김 / 책만드는집 / 2012년 7월
평점 :
노인과 바다
여고 시절 공부보다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은 책 읽기였다. 혼자서 일기장을 끄적이기도 하고, 밤새도록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곤 했다. 지금처럼 출판물이 많았던 때도 아니었고, 다른 놀이문화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기에 당시에는 지금 학생들보다 독서를 취미로 하는 아이들이 제법 있었다. 특별활동의 여러가지 중에서 '문예부'라는 것이 있었고, 나는 중학교 때부터 여고시절까지 늘 문예부에 들고자 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너무 당연한 일이었고, 당시에 지금 고전 문학이라고 하는 대부분의 작품을 읽은 것 같다. 어느 책은 너무 어려워 한 장 넘기기가 힘든 책도 있었고, 또 어느 책은 한참 무엇이든 부정적으로 보려고만 했던 어른들의 세계를 제대로 보는 눈을 갖게 해주기도 했다.
[노인과 바다]는 중학생 시절에 [갈매기의 꿈]과 함께 학창시절을 제일 먼저 생각나게 해주는 책으로 꼽힌다. 벌써 마흔 중반을 넘긴 나이이니 삼십 여 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아직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난 후에는 한동안 나를 많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당시의 감정이나 두근거림은 지금도 어렴풋이 남아있어서 몇 가지의 고전문학은 마냥 좋은 감정을 간직하고 있다. 올 해부터 [노인과 바다]의 작가인 '훼밍웨이'의 저작권 기간이 끝난 이유로 봇물처럼 많은 그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내용을 신년 즈음에 일간지를 통해 알게 되었다.
여고 시절에는 이 책을 시작으로 그의 이름만으로 믿음이 가고, 호기심이 가득해서 그가 쓴 여러가지 책을 탐닉하듯이 읽어 나갔다. 지금처럼 마음껏 책을 쉽게 살 수 있던 시절도 아니어서 대부분 학교 도서관에서 낡을대로 낡은 책을 빌려 읽곤 했다. 년 초에 읽은 훼밍웨이의 저작권과 관련된 기사를 접하면서 내가 처음 결심한 것은 다시 한 번 처음 시작이었던 [노인과 바다]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들을 또 한 번씩 읽어보리라 결심을 했었다. 그렇게 결심만 하고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있다가 이 번에 '책만드는집'에서 출간한 [노인과 바다]를 읽게 되었다.
고전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누군가는 오래된 책이 아직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것. 이라고 정의하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정말 고전 중에서도 손꼽히는 고전이면서 분량이 중편정도여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노인과 바다]만한 교훈을 가진 책도 드물다고 생각된다. 예전에 읽을 때는 노인보다는 노인을 돕는 아이의 나이에 가까웠기에 그렇게 깊이 노인이 자신이 잡은 커다란 물고기와 바다에서 벌이는 사투에 대해 많은 공감을 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당시 나는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참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 번에 수 십 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이제는 아이보다 노인의 행동 하나 하나, 물고기와 벌이는 모든 행위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노인의 모습까지 모든 것이 새롭기만 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바로 진짜 고전일 것이다. 읽을 때마다 감동적이고, 생각을 달리하게 되고, 시각이 달라지는 작품을 만나면서 추억에 젖어들기도 하고, 삶에 대해 돌아보기도 하는 진지한 시간이 되었다.
'좋은 일은 오래가는 법이 없지. 노인이 생각했다. 모든게 꿈이었으면.
처음부터 물고가를 잡지도 않았고 혼자 침대에 누워 신문을 읽고 있는 거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지 않아."
노인이 말했다.
"인간은 죽을 순 있어도 절대 패배하진 않아."
( 본문 102 쪽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