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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장수 엄기둥, 한양을 누비다 - 조선 후기 ㅣ 사계절 역사 일기 8
이영서.이욱 글, 김창희.김병하 그림 / 사계절 / 2012년 6월
평점 :
얼음 장수 엄기둥, 한양을 누비다
주인공 기둥이의 아버지는 부자 집의 소작농으로 농사를 짓는 일을 하다가 억울함을 겪게 되어 전재산을 날리는 상황이 되었다. 원래는 기둥이네 땅이지만 흉년이 들었을 때 변 부자라는 사람에게 양식을 꾸게 되었다가 갚아야 할 시기에 빌린 양식을 갚지 못했다는 이유로. 변 부자가 땅을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변 부자는 땅만 빼앗아 간 것만이 아니라, 나중에는 기둥이의 누나를 자기집의 노비로 데리고 가려고 하자, 더 이상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거나 할 수도 없고, 누나를 노비로 주게 될 상황이 될 수는 없어 고향을 떠나기로 결정을 할 방법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농사가 천직인줄 알고 살아왔던 아버지는 이후 온 가족과 함께 한양으로 올라오게 되고, 청계천 다리 밑의 거적 집에서 살게 된다. 가마니로 만든 거적 집에서 살기에 수시로 동네 아이들에게 거지라는 놀림을 받으면서 기둥이는 부자가 되리라 결심하게 된다.
밑천 없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게를 지고 등짐을 져 나르고 노동에 대한 삯을 받는 일이다. 아버지는 기둥이가 맬 수 있는 작은 지게를 만들어 주셨고, 드디어 그렇게 기동이네 가족의 힘겹고 서럽기만 한 한양살이가 시작된다. 온 가족이 열심히 일하지만, 형편은 늘 어렵기만 하고, 등짐을 나르는 일도 한양 시전의 토박이들의 텃세에 힘들기만 하다. 그러다가 겨우 아버지가 나라에서 운영하는 얼음창고에서 일할 수 있게 되는데, 이 일이 아버지에게 주어진 것도 워낙 힘들고 고생이 되는 일이라 일거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시리즈로 꾸준히 출간되고 있어 이 전에 다른 내용의 이 시리즈를 한 권 읽어 본 적이 있었다. [역사 일기]는 신석기 시대를 시작으로 한국사의 과정을 시기별로 단계에 맞춰 다루면서 여러가지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도록 집필된 형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에 냉장고도 없던 시기에 어떻게 얼음을 만들어서 그 얼음을 얼음창고에 보관했다가, 더운 여름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당시의 시장이나 음식, 세시 풍속 등 기둥이의 집이 이사를 하게 되는 과정부터 여러가지 상황이 전개될 때에 맞춰서 다양한 역사 지식을 담아내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읽는 것처럼 흥미로운 일도 드물 것이다. 기둥이가 자신의 고향을 버리고 한양으로 올라오게 된 사건을 시작으로 기둥이가 쓰는 일기의 내용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를 하게 된다. 이 번에 기둥이네 가족이 서울로 올라와 얼음창고에서 일을 하면서 얼음장수가 된 이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운 소재였다. 잘 알 수 없었던 당시의 얼음을 장만할 수 있는 방법, 그것을 보관하는 방법과 나라에서 어떻게 얼음이 사용되는지에 대한 내용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책을 읽어 나갈 수 있다. 부담없이 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깊은 역사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