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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도시기행 - 역사, 건축, 예술, 음악이 있는 상쾌한 이탈리아 문화산책
정태남 글.사진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이탈리아 도시기행
( 역사, 건축, 예술, 음악이 있는 상쾌한 이탈리아 문화산책 )
최근에 서양사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이탈리아'라는 나라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이 가게 되었다. 학창시절에는 딱딱하게만 생각하고 싫어했던 과목이었는데, 이 번에 그 고정관념이 많이 줄어들면서 언제든 여건이 허락하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나 '밀라노'는 특히 꼭 가보리라 기약은 없지만 희망을 해보기도 했다. 한참 그런 마음이 간절하던 시기에 우연히 [이탈리아 도시기행]이라는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제목을 보면서 누군가가 자신이 여행했던 이탈리아 여러 도시의 여행코스를 소개하는 책이겠구나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뒤 표지를 넘기며 가장 먼저 읽는 저자에 대해 다른 때 처럼 덤덤하게 읽어 나갔다. 하지만 저자가 쓴 '머리말'을 읽으면서 내용이 그저 여행코스나 기행문 같은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인 '정태남'이라는 분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이력에 나온 그의 저서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저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정부 장학생으로 로마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30년 이상 이탈리아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두 장에 해당하는 '머리말' 만으로 저자의 이탈리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건축을 전공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저자가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한 권의 책이 '실제 여행이든 마음의 여행이든' 지식의 눈을 뜨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는 독자들의 앞길을 밝혀주는 조그만 빛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머리말)
나에게 이 책이 아직은 실제 여행이 아니라 마음의 여행이 되고 있지만, 저자가 머리말을 마무리 하면서 겸손하게 쓴 '조그만 빛'이라는 말에는 공감하지 않는다. 책은 이탈리아의 18개 도시를 북부, 중부, 남부 이탈리아의 세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의 도시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저 어느 지역의 어떤 장소를 어떤 경로로 여행했다는 식의 여행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로 시작되는 도시기행은 그 지역의 건축을 통해 그와 관련된 역사, 예술가, 건축, 예술작품, 인물 등을 비롯해서 지명의 의미와 그들의 문화까지 깊이 있게 알려준다.
저자가 직접 찍었다는 사진도 세밀하면서 근사해서 더 흥미롭게 글을 읽게 된다. 그리고 처음으로 소개하는 '베네치아'를 마냥 가고 싶다는 희망이 커지면서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이라도 가고 싶다, 가고 싶다.. 희망을 품어본다. 그렇지만 두 번째로 만난 '베로나'는 '꿈을 찾아 로미와 줄리엣의 고향으로'라는 소 제목을 보면서, 그리고 줄리엣의 집 벽에 쓰인 수 없이 많은 여행자들의 사랑의 낙서 사진을 보면서, 베네치아만이 아니라 베로나도 포기할 수 없겠구나..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한 도시씩 읽어가면서 결국 어느 도시도 이탈리아의 역사에, 아니 서양사에, 더해서 세계사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도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이탈리아 도시들을, 그 많은 건축물들을, 그 웅장한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진다. 밀라노의 명소 '갈레리아' ( 저자가 글을 읽고 우리가 '갤러리아'라고 쓰는 명칭이 잘못된 표기임을 알게 되었다) 에서 만난 어린 소녀들 처럼 나도 황소의 '그것'을 발 뒤꿈치로 밟고 세 바퀴 돌면서 소원을 빌어보고 싶어진다.
'이탈리아에서는 건물의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그것의 진짜 모습을 잘 알 수 없다' 고 저자는 말한다. 겉보기에는 당장 쓰러질 듯한 오래되기도 하고, 소박한 건물이지만 그 건물 안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비롯해 수 없이 많은 깜짝 놀랄만한 유명 작품이나, 수 천 년의 역사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칠리아 처녀의 이야기가 있는 '시라쿠라'까지 북쪽에서 시작해 기다란 이탈리아를 거슬러 내려오면서 나는 새롭게 이탈리아에 눈뜨게 되었다. 그저 몇 개의 도시와 부족한 수준의 이탙리아가 얼마나 크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언젠가 한 번 가고 싶었던 이탈리아가 이제는 그 속에 숨은 곳곳의 역사를 직접 만나고 싶고, 때로는 웅장하고 화려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박하고 경건함으로 느껴지던 건축물들을 보고 싶어졌다. 왜 저자가 '지식의 눈을 뜨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는...' 이라는 글을 남겼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제대로 알고, 눈으로 보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여행을 하게 해 줄 책이자 관련된 역사 지식을 어렵지 않으면서, 깊이 있게 터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