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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엘리엇 부 지음 / 지식노마드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매일 8시간씩 성실하게 일하면, 승진해서 매일 12시간씩 일할 수 있게 된다.' -로버트 프로스트-
나는 '자살'이라는 단어에 자유롭지 못하다. 정말 아니었으면 하는 일이 내게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바로 내 밑의 여동생이 스스로 삶을 정리하는 방법으로 우리 모두의 곁을 어느날 말없이 떠나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많이 방황했고, 늘 잡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아렸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 번에 신간 소식 중에서 알게 된 이 책의 제목인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를 만나면서 책에 대한 소개 글을 읽기 전에 제목만으로 한 동안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었다.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의 마음 상태가, 커피나 한 잔 마시는 것으로 비교될 만큼 가벼운 일일까?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코 마시곤 하는 그 커피 한 잔과, 삶을 스스로 버리기를 택한 '자살'이라는 몹쓸 행위가 서로 무슨 관계일까?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정보를 알기 전에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자살을 결심한 그 순간의 고통이 스스로의 방황 속에서는 해결될 수 없는 수렁이라고 느껴지겠지만, 어쩌면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그 짧은 시간을 통해 다시 삶을 잡는 것으로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자신이 일이 아닌 타인의 일로 바라보고 커피 한 잔의 시간을 가지고 냉정하고, 편안하게 돌아본다면 견뎌낼만한 일일 수 있다는.
천천히 차 한 잔 하면서, 혹은 아무도 없는 시간에 나만의 시간을 갖고 한 장씩 책장을 넘겨가면서, 저자인 그가 정말 많은 책을 읽었음을 알 수 있었고, 나 또한 책 속에 담아낸 세계를 책읽기를 통해 느끼고 싶어지기도 했다. 읽은 책도 있고, 더 읽고 싶어지는 책들은 물론 주변에 힘들어하는 누구에게든, 한 권씩 선물하고 싶기도 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인지, 특히 학교 교육문제나 현 사회문제에 대해 담아낸 부분에서는 늘 편할 수 없었던 지금 우리의 공 교육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눔보다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이 자본주의 사회가 가진 모순의 모습을 대할 때는 그것에 자유롭지 못한 내 자신을 반성해보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평소의 독서 습관대로 본문을 읽기 전에 표지의 저자에 대한 앞, 뒤 글을 읽었다. 다섯 살 짜리 '면희'라는 딸아이를 둔 가장인 그는 어느 순간 '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서' 삶을 새롭게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가족과 책 속에서 다시 삶의 의미와 독서의 기쁨을 만끽한다. 그는 저자의 글에서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인문학'과 '인문공간'을 구별하게 되었다'. 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쓴 이 책은 자신이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인문공간의 탐험 기록서라고 말한다. 나 또한 책 장을 넘길 때마다 삶에 대해, 지금 우리의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소크라테스나 볼테르, 간디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남긴 명언들과 저자가 여러 문학작품에서 찾아낸 글들이 끝도 없이 채워진 이 책은 어느 순간은 한 줄의 글을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느라 긴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들의 초상과 함께 만나는 보석같은 글들은 수 백장에 달하는 어떤 책보다 더 큰 가치를 담아낸 것들이다. 저자는 돈, 삶, 신, 예술, 정부, 우울증 등을 테마별로 나누어 다양한 인물과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자신이 읽으면서 밑줄을 그었던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거기에 중간 중간 그들의 말에 자신의 댓글을 담는 식으로 자신의 철학이나 사고형태를 짧은 글로 답하고 있다.
'내가 다섯 살 때 어머니는 행복이 인생의 열쇠라고 하셨다. 학교에 들어갔을 때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는 문제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답을 적었다. 학교에서는 내가 숙제를 잘못 이해했다고 했지만, 나는 그들에게 인생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존 레논- (본문 109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