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7
이상교 글, 한자영 그림 / 봄봄출판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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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

 

  듣고 있으면 아련하게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라 그리움이  가득해지는 '아빠하고 나하고'라는 노래.  한 때 일찍 집을 떠나있으면서 꼭 아빠가 아니라  고향이, 내 집이, 가족이 그리워 눈시울을 붉히곤 했던  노래였다.  이번에 읽은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라는 동화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어효선 선생님의 노랫말이 이렇게 한 권의 동화책으로,  어린이 책을 많이 써오셨던 '이상교'선생님에 의해 출간되었다는 사실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딸아이와 함께 처음 [롤로브레이드를 타는 의사 선생님]이라는 책으로 이상교 선생님의  어린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이후 여러 책을 읽어보았다.  선생님은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지면에 남긴 '작가의 말'에서  '어효선' 선생님  생전에  댁에 놀러가신 적이 있었는데 서울 시내의 크지 않은 기와집에 사시던 선생님 댁 마당에  봉숭아꽃,  나팔꽃, 채송화 등 온갖 풀꽃들이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지은  노랫말처럼  그렇게  채송화, 봉숭아 한 가득인  마당을 꾸미셨다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그 생각만으로 마음이 포근해진다.   어린 시절  내 엄마도  꽃밭을 열심히 가꾸셨다.  집 뒤에 있던 뒷마당에  맨드라미나 과꽃, 나팔꽃 등이 계절마다 피어나곤 했는데,  그 때 뒷마당에 피었던 그 꽃들을 어쩌다  어른이 된 지금 만나면  사랑스럽고 아련한 추억이 함께 떠오르곤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웅이다.  숲이 우거진 산자락 집에서  웅이는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웅이와 함께 해마다, 계절마다 이런 저런  씨앗들을 심고 가꾸었다. 그러면  때마다 근사한 꽃들이 마당가득 피어났다.  엄마와 함께  봉숭아 꽃이 피면 손가락에 꽃물을 들이고,   마당 가득 핀 분꽃을 보면서  가족이 마당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곤 했다.  그렇게 웅이는 아빠와 함께 꽃밭을 가꾸고 씨앗을  거두고 다시 심으면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왔다.  

 

  늘 행복할 것만 같았던 웅이네 집에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아빠가  전쟁이 터져  전쟁터로  떠나게 된 것이다.  아빠는  떠나시면서  웅이에게   꽃밭의 꽃씨가 익을 때쯤 돌아온다는 약속을 하신다.  웅이는 엄마와 함께 더  정성껏  꽃밭을 가꾼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꽃씨가 수없이 영글어도 아빠는 돌아오시지 않는다.  봄이 오면 다시 정성껏 꽃씨를 뿌리고 가꿨지만 어느  비바람이 몹시 불던 날 마당의  꽃대들이  꺾인 그 날,  아버지의  전사소식을 듣게 된다.  

 

  길지 않은 동화지만 지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전쟁은  단란했던 한 가정을  슬픔에 빠지게 하고, 그런 아픔 속에서도 다시 아빠와 함께  거두었던 씨앗에서 꽃이 피고, 씨앗이 영글고,  또 다시 꽃이 핀다.  그리고 그 꽃이 피는 동안 아빠는 언제나  엄마와 웅이 가슴에 살아있는 것이다.  참 애뜻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소중함,  자연에 대한 소중함,  전쟁이 주는 교훈 등 많은 것을 담아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읽고   내 어린 시절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기에도 좋은  동화였다. 

 

 

"어머니, 아버지는 돌아가신게 아니지요? 우리와 함께 계시는 거지요?"

 

"그럼, 꽃이 피고 지는 동안은 늘 우리와 함께 살아 계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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