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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데이
김병인 지음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디데이
대식과 요이치의 인연은 정말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다. 영화계에 몸담았던 저자의 소설이기에 읽어가면서 더 영화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쟁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둘의 이야기는 아프면서 아름답다. 사실 한 발 뒤로 물러서면 인류는 무엇 때문에 항상 서로 대립해야만 하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한다. 한국인과 일본인 이라는 타고난 나라의 차이, 식민지와 침략자라는 입장 차이는 그들이 그저 타고난 그 자리일 뿐 그저 한 사람의 인간인 것을.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대립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과연 왜 그렇게 서로 원수가 되어야 했을까.
일제강점기 요이치는 일본인으로, 대식은 한국인이자 식민지의 백성으로 전쟁의 한복판으로 나서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한 집에서 주인과 종과 같은 신분으로 살아야 했던 둘의 운명은 서로의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늘 함께이게 된다. 일본인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고 일본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었던 식민지 백성인 어머니와 대식 그리고 여동생은 일본인 대 지주인 요이치의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요이치의 아버지는 오갈 곳이 없던 그들을 거두어 어머니는 요이치집에서 식모 일을 하게 되고, 요이치와 같은 나이였던 던 대식은 같은 학교에서 달리기로 인해 더 라이벌 관계인 사이가 된다.
대식은 달리기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만이 식민지 국민인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에 큰 꿈을 안고 열심히 노력한다. 요이치 역시 달리기로 늘 대식과 경쟁관계에 있으면서 둘 사이는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가 된다. 하지만 2차대전은 점점 과열로 치닫고 일본은 내국인은 물론 식민지 학생들까지 전쟁터로 끌어가게 되고, 대식과 요이치는 각자의 이유로 전쟁터에 참가하게 된다. 너무도 다른 환경의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전쟁터에 있게 되면서 서로의 관계는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어쩔 수 없이 의지하고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느 순간부터 서로는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로 도울 수 밖에 없는 관계가 된다.
예전부터 대식의 여동생을 마음에 두고 있던 요이치와 어머니와 여동생이 요이치 가정의 그늘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이중적인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전쟁터에서 둘은 어느 순간 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처음 책을 접할 때부터 '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 영화의 원작소설이라는 것만으로 너무도 기대가 많이 되었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전에 있었다는 이 시나리오에 대한 찬사가 그저 말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진한 감동과 함께 느끼게 된다.
크고 작은 이유로 우리는 늘 서로에게 칼날을 들이대고 전쟁이든, 대립이든, 적이 되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그저 비극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나보면 우리 인류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가 돌아보게 된다. 과연 우리가 적이라고 생각하던 상대방이 정말 적이 맞는 것인가. 그것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우리는 지금 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인가. 책을 다 읽고도 한 동안 두 사람의 운명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더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을까 많은 기대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