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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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10월

모멘트

"사흘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걸 지금은 깨달았어."

"그게 뭔데?"

"세상에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

  삶의 여러 순간 순간에 우리는 이런 저런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이 늘 옳은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자주 후회를 하면서 지나간 시간을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돌이킬 수 없을 때 깊은 상실의  감정에 빠진곤 한다.  그 순간의 선택이  어느 경우는 아주 사소한 것이어서 그렇게 오래도록 가슴에  품고 있을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만약 평생에 한 번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 역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잃게 된다면 그 상실감과 후회는 평생 삶의 한복판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모멘트]가 바로 그런  이야기다.  독일이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져서  아직 베를린 장벽이라는 높은 담벽을 품고 있던  냉전시대에  서로 사랑에 빠진  연인  '토마스'와  '페트라' 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  아니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을 잃은 이야기,   평생을  제대로 된 사랑을 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20년 전 과거의 순간을 다시 만나게 되고,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판단을 했는지  하나 하나 목격하게 되는 이야기다.   두 연인의 이야기는 절대적인 비극을 담고 있고, 그것은  두 사람만의 잘못이 아닌 시대적인  배경과 자신이 처한 어쩔 수 없는 현실과 함께 한다. 그래서  누구의 편을 들 수도 없이 두 사람 모두가 안쓰럽기만 하다.

  두 사람의 사랑은  떠나버리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그저 평범하게  결혼을 하고 딸아이를 낳고 살아가던 '토마스'.  결혼 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고 '페트라'와 느꼈던 불같은 사랑의 감정도 없이 이어졌으며  그동안 이어지던 결혼생활에 대해  아내 '잔'은  이혼을 원한다.  이 즈음에  과거 사랑했던 연인 '페트라'의 아들이 보내온  일기장을 받게 되고, 예전에 자신이 그녀를 버리게 된 일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연인을 속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는 아무런  여지가 없었던  그녀였다. 

  너무나 암울했던 순간,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아들마저 빼앗긴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자신이 비밀간첩임을 밝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 토마스와의 사랑을 느끼면서 생전 처음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그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삶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보낸다.  세월이 흐르고 냉전시대도 끝났지만,  그녀 역시 가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고 죽음을 맞으면서 아들에게 진실이 담긴 일기장을 옛 애인에게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일기장을 통해 우리는 후회할 행동에 대해,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된다.

 '자존심은 가장 파괴적인 힘이야.  자존심이 우리 눈을 가리지.  자존심 때문에 눈이 멀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이기적인 생각밖에 못하게 돼.  그럼 우린 주위를  올바로 볼 수 없게 되지.  자존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게 되는 거야.  진실의 소리가 들려와도 귀를 완전히 닫아버리지.  내 생애 단 한 번뿐이었던 진정한 사랑을 만나고도 끝내 잃어버리게 된 건 그 빌어먹을 자존심 때문이었어.'   ( 본문 541 쪽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 받아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