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3096일

 

'그러나 바깥세상은 더 이상 나의 세계가 아니었다. 나는 아이였고, 혼자였고, 숨을 죄는 듯한 외로움에서 나를 구해 줄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를 이 외로움에 빠뜨린 그 사람이었다.' ( 68 쪽 )

  

   '실화'라는 말이 들어가면 우선  작가가 직접 상상에서 써낸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벌어졌던,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사실에 더  눈길이 간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  저자인 '나타샤 캄푸쉬'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저 지나가듯 뉴스에 스쳐간 이야기인가 싶은 그런 정도였다.  하지만 제목인  '3096일'  애 해당하는 날을 상징하는 의미부터 그 날의 수만큼  하루 하루를 견뎌야 했던 본인이 직접 자신의  열 살 유괴 순간부터 악몽같았던 범인과의  8년같의 시간을  나타냄을 생각할 때,  정말 얼마나 암담하고 어두웠던 날들이었을까  그녀의 이야기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엄마, 아빠의 이혼 후  엄마와 함께 지내야 했던 나타샤는 어린 시절이 그리 행복하지 만은 않았다. 가끔은 히스테리적인  엄마로 인해 이런 저런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가정 환경에서 오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더 없이  완벽하게  딸아이를  치장하고  길러내려는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미 터울이  많이 지는 언니들은 출가한 상태에서  엄마와 살던 나타샤는 어느 날 엄마와 심한 다툼을 벌이고 늘 학교에 등교시켜 주는 엄마를 피해 혼자서 등교를 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날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하얀 트럭에서 내린 어떤 남자에 의해 납치되고 만다.  열 살이었던 나타샤는 열 여덟 성인이 되는 시간까지 8년, 3096일 이라는 시간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범인에 의해 그가 만들어놓은 지하실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녀의 집과 감금장소까지의 거리는 고작  10여 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였다. 자신의 집과 멀지 않은 그곳에서  소녀는  어른이 되기까지 벗어나지 못한다.

 

  [3096일] 은 읽는 동안 많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그녀가 직접 쓴  자신의 경험을 쓴 내용인 만큼 순간 순간 범인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성장기의 과정에서,  다시 모든 것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이후에 느끼는 그녀의 심리적인 부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열 여덟 그녀가 탈출하고  오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나타샤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더 그녀가 안타깝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다.  특히  자신을 유괴한 범인에 대한  그녀의  심리적인 분석을  읽으면서 오랜 시간  세상에 섞이지 못했던  소녀의 삶과,  그리고 지금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글을 통해 남기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를 책을 읽는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범인이 끔찍한 범죄라는 우회로를 거쳐 그의 작은 세계, 행복한 세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있는 그런 세계를 창조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그것을 이룰 수 없었기에 누군가에게 그 세계를 강요하고 그 목적에 맞게 만들기로 결심한 것이다.' ( 151 쪽)

 

  열 살짜리 한 소녀가 자신을 납치하고 감금한 범인에 의해 지내온 시간은 한 사람이  한창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기였다. 그녀와 같은 상황이 아닌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많은 방황의 시기를 겪는 나이이다.  청소년기인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가 갈등을 겪게 된다. '나타샤 캄푸쉬'는 열 살부터 열 여덟 살이라는  8년,  3096일 이라는 시간을 자신을 납치한 범인과 함께 그가 만들어 낸 지하실의 작은 공간에서 지내야 했다.  절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지만, 때로는 이런 저런 방송이나 책을 읽어가면서 나타샤는 그 속에서 자신이 닥친 상황아래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물론 그것이 정상적일 수 없는 방법이고, 누구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신의 자의식을 형성해간다.  때때로 범인이 굴복하기를 요구하며 '주인님'이라는 호칭까지 바라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한 부분에 있어서는 자신만의  의지를 갖는 일면을 보인다. 어쩌면 그것이  마지막까지 나타샤가 지키고자 했고, 악몽같은 순간들을 버티게 한 그녀만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녀가 이제 더 많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그녀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어떤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봐야 하는가 고민해 볼 일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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