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군마 - 잃어버린 우리 것을 찾아서
김일광 지음 / 내인생의책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의 마지막 군마

 

     일제 강점기  장기면에서 군마를 키우는 아버지 원서방과  그의 아들인 재복이.  그리고  군마를  키우던 목자였던  이웃이신 울포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돌보는 군마인 '학달비'의 출산을  기다린다.   이미 나라를 잃은  시기여서  일본은  군마를 모두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마필조사를  하는 중이었다. 마필조사는  군마를 키우는 목자들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나라 소속인 말의 수를 파악해  기록하는 것으로  마필조사가 끝남과 함께  말들은  모두 일본인 들의 차지가 되는 상황이다.  재복이의 아버지가  그 어미 말부터 정성을 다해 돌보던  군마 '학달비'는  군마 중에서도 최고의 군마로  아버지와 재복은  한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다.  이미 새끼가 태어날  때가 지났음에도 마필조사가 끝나고  조사원이 돌아간 후에  새끼를 낳은  학달비를 보며 아버지는 학달비가 마필조사를 피하고 새끼를 낳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말한다. 

 

"아무래도 그런 낌새를 느꼈던 것 같다. 봐라. 군두가 지나가니까 아무렇지도 않게 새끼를 낳았잖아. 학달비가 우리를 놀라게 한 게 어디 한두 번이야?"

 

  학달비는 조선 장기마의 우수한 종마였고,  그가 낳은 새끼 역시 훌륭한 종마로 태어났다.  재복이는  학달비의 새끼에게  '태양' 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가슴에 붉은 털 무늬를  가지고 태어난  태양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가 학달비를 키운 것처럼 자신도 태양이를 훌륭한 조선 장기마로 키울 결심을 한다.  하지만  곧  장기마 들은  일본인에 의해 소집되어  모두 장기목장을 떠나게 되고 학달비도  끌려가게 된다.  학달비와  여러 말들을 데리고 갔던 사람들 중에서  말들을 잘 돌본다는 이유로 아버지까지  돌아오지 않고  이제 재복이에게 태양이만 남게 된다. 

 

  아버지도 돌아오지 않고,  일본 등대장의 눈에 든 태양이가  개인의 말이 아닌 군마라는 이유로 빼앗기게 되고,  등대장은 태양이에게  태양의 일본말이 '타이요우'라면서  태양의 이름을 '타이요우'라 부른다.  조선에 들어와 나라를 빼앗고, 아버지를 빼앗고, 조선 장기마들을 빼앗고,  이제는  자신의  태양이까지 빼앗아버리며 이런 저런 비열한 일을 일삼는 그들을 보면서  재복은 울분을 삼켜내야만 했다.  아버지의 소식을  알려준다는 이유로  그들의 일을 도와주고 태양이를 돌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을 견딜 수 없었던  재복은 어느 날  마을에서  사라져버리고 이후 재복은 독립운동에 가담하게 되어 다시 태양을 찾아 마을에 숨어든다. 

 

  장기군마라는 이름도, 아니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 나라에서 키웠다는 군마라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어린이 책으로 나온 이 [조선의 마지막 군마]를 읽게 되었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읍내리의  '장기목장'에 조선시대의 최대의 군마를 기르던 국영 목장이 있었고,  200여명 이상의  말을  기르던 목자와 1000여필 이상의 말을 키우던 곳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과연 독립을 하기는 한 것인가라고 말한다.  아직도 우리가 무엇을 빼았겼는지 조차 모르고,  그것에 대한 관심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 출간되었지만,  딸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마음이 무겁고 눈물을 찔끔거리게 하는 장기군마 이야기가  새삼  잊고 있었던 우리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했다.

 

나라를 잃은 힘 없는 국민의 슬픔과  그들과 함께 했던  말조차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상황이 이 [조선의 마지막 군마]에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우리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재복이와 태양이의 이야기가  나라에 대해, 일제 강점기에 대해, 잃어버린 우리의 유산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