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과 결혼하다 - 세상에서 가장 느리고 행복한 나라
린다 리밍 지음, 송영화 옮김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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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과 결혼하다

 

'서양에서는 살아가고 잠자는 것이 가능하다. 부탄에서 사람들은 깨어나라고 자꾸만 요구받는다. 이 세상에는 온갖 형태의  무지가 존재한다. 읽고 쓰는 걸 가르치는 것만이 반드시 지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무엇이 진정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우리의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 218 쪽 )

 

   서른 아홉의 나이에 인도여행과 겸해서 떠났던 2주간의 부탄여행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여행을 통해 그녀는 부탄에서의 삶을 선택하게 된다. 저자인 '린다 리밍'이라는 미국 여성인 그녀는 부탄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자신이 그동안 살았던 도시와 가족, 직장을 모두 버리고 부탄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탕화를 그리는 남편 '남게이'를 만나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신 점술가 였던 시아버지는 아들의 아내가 될 사람이 아주 멀리 아무도 모르는 먼 곳에서 온다고, 아들에게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같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된다.  [부탄과 결혼하다]는  부탄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방인인  미국인이 쓴 책이지만,  이미 그 곳을 자신이 살아갈 유일한 곳으로 생각하게 된  부탄인 남편을 둔,  이제  누구보다 더 깊이 부탄이라는 나라와 사람들을 사랑하게 된  부탄 사람의 이야기다.

 

  그녀는 40년 가까이 살았던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부탄이라는 곳에 살게  되면서 비로소 인간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에 대해  하나 하나 깨우치게 된다.  물질적으로는 너무도 풍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자본주의에 물든 서양인과  너무도 다른 부탄이라는 나라와 그 나라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질이 풍족한 우리 현대인의  삶은  매일이 '햄스터의 챗바퀴'처럼  잠시의 여유로움도 없이 시간에 쫓기는  일상이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되어  삶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볼 여유로운 삶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없다.

 

  사실 처음 책장을 펼치기 전에는 부탄에 대한 여행서 정도로 생각했다. 부탄인과 결혼한 미국인이 부탄을 소개하는 사진과 정보가 가득한  눈요기하기 적당한 여행서. 하지만 모든 것은 그녀의 글 속에 담겨져 있다. 자신이 부탄에  느끼게 된 모든 삶을, 자신의  발자국들 하나 하나를 소개하고,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문득 문득 발견되는 문명생활에서의  이기와 편리함을 발견하면서 느끼게 되는 이질감과 그것조차도 모두 받아들여주는 마음 씀씀이가 한없이 넓은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잘 알지 못했던 부탄이라는 나라가 갑자기 너무 떠나고 싶은 나라로 다가온다.  부탄 국민을 위해서 GNP(국민총생산) 보다  GNH (국민행복지수) 를 더 우선하겠다는 왕의 칙령이 선포된 나라. 그리고 실제로 국민들이 행복한 나라 부탄이 너무도 부럽다. 그녀는  부족한 물로 인해  마음껏 목욕을 할 수 없는  환경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던 신혼을 거치지만, 지금은 무거운 짐을 지고 걷는 육체적인 고통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환경이 그녀를 더  많이 생각하게 하고, 또 다른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삶을 발견하게 한다.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걷는 것이 즐거웠다.  부탄에서 하이킹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말은 절대 과장이 아니다.  나는 걸으면서 일종의 희열을 느낀다.  희박한 산 공기,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들, 그리고 찬란한 태양,  ...  고립과 더불어 우리를 둘러싼 산들이 나를 먹여 살린다.  나는 이곳에서 외로움과 화해한다.' ( 211 쪽)

 

  그녀의 글을 읽으면서 참 편안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하게 한다. 삶을  미친듯이 살지 말라고 말한다. 그녀가 찾은 부탄의 작은 행복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늘 바쁘고 서두르는 우리의 삶에 가끔은 멈추고 나를, 삶을, 주변을  돌아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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