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조각 창비청소년문학 37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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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조각

(창비 청소년 문학)

 

 

   주인공 '유라'와 같은 또래의  중학생 딸아이를 키우고 있어  청소년 성장소설에  늘 관심이 많다.  작가의 전작이었던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을 읽으면서 이전에 주로 어린이 책을 출간하던 '황선미' 선생님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장소설을  집필하셨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지역 시립도서관에서 평생학습의 한가지로  수강했던 어린이 독서토론  수업 진도 중에서 선정되어  타의에 의해 읽게 된  [마당을 나온 암탉]이 시작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아이의 수업이었고,  아이의  수업에서 선정된 책이라는 이유로 구입해서 나도 함께  읽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나름 열심히 시키는 편이어서 이후 황선미 선생님의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찾아가며 읽게 되었고, 지금은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었다.

 

   [사라진 조각]의 출간 소식을 접하면서  선생님의 책도  그 책을 읽었던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도 자기가 좋아했던 작가가 자신의 성장과  때를 같이하면서  새로운 책을 집필하고 있다는 것에 기쁘게 생각하는 모습이다.  사실 이전에 나왔던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은 작가의  자전적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집필의도에서  알 수 있듯이  딸아이보다 작가와 비슷한 또래인 내가 더 감동하며 읽은 책이었다.   지금 아이들에게도  과거 엄마 세대에 힘들었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희망을 품어오며 지금에 이르렀음을  느낄 수 있어  소중한 내용이었지만,  정말  자신이  현실에서  겪었던 내용이 아니어서  내가 느꼈던 만큼의 더 깊은 감동을  느끼지는 못하는 눈치였다.

 

  선생님의 두 번째 청소년 성장소설로  만난 [사라진 조각]은  그런 의미로 본다면  지금 아이들이  겪어내는  여러가지 부분을 잘 담아내고 있어 아이들이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성적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안함.  엄마가 자신을 대하는 행동에서 느껴지는  탄생에 대한 의구심.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아이들의 마음상태.  모든 것을  경쟁으로 생각하며  점수를 높이는 일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부모와 아이의 괴리감.  그리고 이성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들까지...지금 우리아이들을 겪을 수 있는 여러가지 고민에 대해  들여다 보게 된다.

 


'편지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 ... 나를 폭발시키는 건 엄마 자체다.  우리 사이가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는 거라면, 넝마처럼 너덜너덜 해진 관계라도 엄마와 딸이어야 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 나를 버려진 고양이만큼도 봐주지 않는 저 냉대가 저주스럽다.' ( 144 쪽 )

 

   누구든  성장하면서 나름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성장기에  가슴에 남은 상처는  때때로  현실 속에서  불쑥 불쑥 솟아나 수시로 아프게  한다.  어른이 되기까지 그런 상처들은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나 삶 자체에 대해 모순된 모습을 보며 방황으로 이끌어간다.  한참 예민하기만 한 사춘기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갖게 된 상처의 경우 그 고통은 훨씬 더 깊고 크기만  하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유라의 갈등은 갈수록 끝없이 깊어지기만 한다. 

 

   가족이라는 것에 대해,  아이들의 현실에 대해, 그리고 부족하지만 다시 화해를 시도하며 엄마와의  버릴 수 없는  관계를  받아들이는 모습에,  사라져 버린 조각을   맞추려는 노력들이 보여 잔잔한 감동이 느껴진다.  유라에게도, 엄마에게도, 오빠에게도, 그리고 아빠에게도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았던 가족이었기에 그들이 이제 그만  모든 것을  안아주고 감싸가며  나름의 삶의 무게를  이겨내면서 행복해지기를.

 

'나비의 죽음에도 눈물이 나지 않아서,  뼛가루를 공방 뒷산에 날려 줄 때도 울지 못해서 나는 괴로웠다. 그러기에는 우리 사이가 너무 비어 있었다. ... 지금은 잘 모르겠는데, 어쩌면 나중에 아주  많이 울지도 모르겠다.' ( 183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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