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이 하하하 - 뒷산은 보물창고다
이일훈 지음 / 하늘아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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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이 하하하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야트막한 뒷산이 이사오기 전 살던 아파트 바로 뒤에 있었다. 운동을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아침이면 자주 그 뒷산에 오르곤 했다. 중간에 약수도 있어 물통을 들고 오르내리는 어르신들도 있었고, 아이들이 등교한 아침 나절이면 삼삼오오 가벼운 운동을 위해 오르는 주부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길도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이어서 실증이 나면 다른 곳으로 올라보기도 하면서 새로운 경치를 만나곤 하는 재미가 좋았다.  정말 계절이  변해가는  모습을  매일 매일 달라지는 자연을 통해 느낄 수 있어 오래도록 나름 열심히 실천하곤 했다. 이사를 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집 근처에 그런 만만한 뒷산이 없다는 것이다.

 

  [뒷산이 하하하] 는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는 내용이었다.  1장 '뒷산은 맛있어'는 사람사는 풍경이, 저자의 말처럼 색다른 이경이 제대로 느껴진다.  절경은 아니어도 만만하게 느껴지는 새로운 풍경은 뒷산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만으로 삶의 기운과 함께 다가온다.  그런 비슷한 풍경을 나도 뒷간에 오르면 자주 목격하곤 했었다. 튼실한 나무에 등을 대고 몸을 두드리는 어르신들로 인해  꽤 굵은 아름드리 나무가 한 쪽으로 기운 모습을 보면서, 작은 비탈이라도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텃밭을 가꾸는 모습을 보면서, 매일 중턱에 올라 커피를 팔곤 하던 아주머니를 보면서 느꼈던  사람 냄새가  책 여기저기에서 물씬 풍긴다. 어쩌면 이리도 사는 모습이, 우리네 풍경이 비슷 비슷할까 새삼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2장 부터 이어지는 약수터에 대한 일상들 역시 쉽게 목격되는 모습들이다. 늘 접하던 장면들과 한번쯤 본 듯한 사람들을 다시 책을 통해 만나니 그저  정겹다.  자기 것이 아닌 물통을 자신의 것이라 우기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자기 것이면서  말하지 못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참 다르구나 싶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지나치기 쉬운  뒷산의 풍경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담아내면서  늘 봐왔던 우리 주변의 사는 모습들이 이렇게 보였었구나..느껴져  단순한 듯하면서  또 다른 소중한 마음이 생기는 시간이었다.

 

'첫인상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말씨다. 말 한마디에 교양과 품위가 묻어 나고,  말투  하나 하나에서 사람의 됨됨이가 배어 난다. 약수터에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 많으니 말 한 마디 들으면 그 사람의  인품이 대충 짐작 간다.' ( 235 쪽 )

 

    여러 이야기 중에서 '당진에 땅 샀시유, 집두 있슈'라는 말을 만나는 사람마다 반복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저 듣기 싫은 자랑질로만 생각하지 말고, 누군가 한 사람쯤 맞장구를 쳐 줬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저 물을 받느라  여유 시간이 넉넉한 사람이라면  실컷 할머니의 자랑을 들어주고  '좋겠어요'  응해주면 어땠을까 싶다.  할머니가 오죽하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땅 사고 집도 있다고 자랑을 반복할까 싶어 조금은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다.  사는거 사실 그런 자랑으로도 위안을 받고 싶은 분도 있게 마련이고, 그동안 그만큼 힘들게 살아오셨다는  느낌이 들어  뭉클한 마음이었다.

 

    편안한 시간을 가지면서 그리 오르 내리는데 부담이 가지 않고,  사람 냄새가 뒷산에 있었음을 배운다.  우리 보통 사람들 사는 모습들이 때로는 불쾌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정답게 다가온다.  그저 조용하고 편안하게 걸어올라가면서 만나는  가벼운  뒷산이 마냥 그리운  마음이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그저 규칙없이,  자신의 기운이 닿는 대로 편하게 걷고 싶다.  이런 저런 사람 구경도 함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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