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 미친 바보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라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불러주는 것을 오히려 기쁘게 생각했다. 조선 후기  '이덕무'가 말하는  책에 대한 예찬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벗이  없다고 한탄할 일이 없이 책과 함께 놀면 그만이고,  그저 새로운 책을 만나면  그 책을 읽을 생각에 너무 좋아 실실 웃고 다니고,  새로운 책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그 책을 빌려 읽는 사람 이덕무.  그의 독서력은 문장력으로 발휘되어  그의 이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청나라 사람들에게도 알려진다.

 

     그는 [열하일기]의 '박지원'과 친구이자 서로  문장에 있어서는 쌍벽을 이룰만한 인물로  평생을 청렴하고 꼿꼿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았던 인물이다.  그의 별명이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책에 미친 바보]의 내용은  그의 삶과 함께 그의 여러 글들을 함께 실어   이덕무라는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늘 책을 손에 놓지 않으며 독서를 가장 큰 즐거움으로 알았던 그였기에, 독서와 함께 여러가지 글쓰기를 하기도 하고,  가까이 지냈던 벗이나 지인들에게는  다정다감하게 편지를  자주 쓰기도 한다.

 

'그 친구가 저 세상으로 떠난 뒤 나는 이리 저리 방황하고 울먹이면서 혹시라도 '이덕무'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 7 쪽 )

 

    책장을 펼치면 가장 먼저  열암 '박지원'이 쓴 '내가 본 이덕무'라는 글이 있다.   그는 이덕무와의 30년 친구였으며  평소 그의 언행에 대해 모르는 바가 없었다고 한다.  가난한 선비였지만, 그의 덕을 귀히 여겨 임금으로부터는 깊은 사랑을 받았고,  죽은 후에도 그가 남긴 올바른 행실에 대한 기록은 끝이 없었다고 한다.  친구로서 그의 죽음 이후 박지원은  거리를 방황하고 울기도 하며 그와 같은 친구를 만나기를 기대했지만, 어디에서 그와 같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는  말로  그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때로는 꿈꾸는 사람처럼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그에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불렀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 24 쪽 )

 

    그가 자주 지적하는 것 중에 공부하고 책읽기를 게을리 하는 사람은 인간이 해야 할 당연한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자,  배우는 길만이 사람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당연한 도리라고 말한다.  그의 산문은 물론 다양한 책에 대한 견해와 서평,  인간의 도리에 대한 내용과 함께 흥미로운 내용은 그가 여러 벗들에게 쓴 편지들이다.  이광석, 성대중, 유득공, 백동수, 이서구, 박제가 ...등 당대에 이름을 떨친 많은 사람들에게 보낸 글들은  자신의 신변의 작은 이야기들부터  벗들에 대한 걱정이나 좋아하는 감정까지 편안하게 털어놓고 있다.

 

   특히 박지원에게 보낸 여러 편의 편지는  당시  중국의 선진문물인 실학을 주장하며  폐서체 문장의 글을  즐겨 쓰던 '박지원'에게 닥친 정조의 문체반정에 대해 염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편지를 읽으며  책머리에서 박지원이 그의 죽음을 맞으며 쓸쓸하고  안타까워 하던 글과 함께 둘을  뜨거운 우정을 느낄 수 있다. 

 

'만약 덥지도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배부르지도 않고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평화롭다면, 붉은 등불이 창을 환히 밝히고 책들은 잘 정리되어 있으며 책상과 자리가 깨끗하다면, 책을 아니 읽을 수 없으리라.'
(  50 쪽 )


 

    시작부터  끝까지 수시로  책에 대해  생각하는 그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는데,  정말 사람들이 왜 그를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 공감이 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으며,  편식을 하지 않는 책읽기를 해서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었다고 한다.  자신이 책을 읽기를 좋아하고, 늘 책과 함께 하는 이유는  책이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 중에 으뜸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식견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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