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 하루 한 장만 보아도, 하루 한 장만 읽어도, 온종일 행복한 그림 이야기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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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가족 중 한 사람이 그림을 전공하고 화가의 길을 걷고 있어서 나름 가족들이 그림에 관심이 많아  간혹 전시회도 다니고, 화집이나 그림 관련 서적도  더러 읽는 편이다. 그런데  이 번에 우리 옛 그림을 담은 이 책을 만나면서  그동안 그림공부가  생각보다 서양화나 명화위주로 편식해서 그림을 봐왔음을 알게 되었다. 전시회도 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 서양화 위주의 전시회를 관람했었고 화집 역시  서양명화가 대부분이었다.  이 번에 만난 [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 를 읽으면서  우리 그림에 담긴 은근하고 편안한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 그림이 이렇게 편안하고 보는 재미가 많다는 것도, 그리고  저자이신 '손철주'선생님의  감칠맛 나는  그림설명도,  그림을 보면서 더  즐겁고 정겨운 감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그림 밭을 일군 옛 사람의 붓 농사가 어이 저토록 풍요로운지. 라는 선생님의  그림에 대한  깊고 절절한 사랑이  한 점씩 소개되는  그림 설명에서 그대로 묻어 나 있다. 그리고  그런 선생님의 글과 함께 그림을 보는 시간은  지금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우리 그림에 대한 사랑스러운 마음을 새록 새록  솟게한다. 

 

    중년을 넘기면서 새삼 세월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을  한 해가 저물 즈음이면 어김없이 하게 된다. 그리고 새 봄을 맞아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을 보면 그저 새롭고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감이 야속하기도 하다. '정선'의 [꽃 아래 취해]는 바로  '봄이 오면 서러운 노인'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꽃 구경에 취한 지긋한 노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봄나들이 길에 꽃 아래 취해 쓰러진 노인을 보거들랑 뒷날의 날인가도 여겨라' 라는 말이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청춘들에게는 나이 들어감이 남의 일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옛 그림마다 그 속에 담긴 해학과 깊은 의미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림을 이해하는 눈을 뜨게 해준다.  가시 많은 고슴도치는 '번성'의 의미를 담고 있고,  국화는 장수를 담고 있다.  그림 속의 매미는 다섯 가지 덕을 담고 있으며  오랜 세월을 버티고 여름 잠깐의 시절을 사는 매미 처럼 짧은  출세를 위해 긴 수련을 거치게 된다는 해석은  그림을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여러가지 그림 중에서  '하늘처럼 떠받들다'는 '양기성'의  [밥상 높이]라는 재미있는 그림이다.  그림은  부부의 모습으로 정자에 앉아 있는 남편에게 밥상을 차려 내는 부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상을 이마 높이까지  들고 있는 아내의 남편에 대한 공손함이 그대로  담겨있는 그림으로  그저 아내가 남편만을 섬기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굴종이 아니라 우러나오는 공경의 표현이라고 한다.  남편 역시 그렇게 대접을 받을 만큼 아내를  가볍게 대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그림이 담은 의미와 부부간의 도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마지막 글인 '올리면 따라 올라가는 것이 공경이다. 좀스럽게 구는 남편이 밥상 차리라고 소리친다. 그러다 얼굴에 국물 뒤집어쓴다. 공경은 해야 받는다.' (139 쪽)  는 글을 읽으면서  혼자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 미상의 그림부터  어질고 부지런한 임금이었던 '정조'의 그림까지  한 권의 책 속에 담긴 우리의  옛 그림을  보면서  새삼  우리 그림을 사랑하게 되었다.  알면 알수록 보인다는 말처럼 정말 그림의 속 뜻과 그 의미를  풀이한  정갈한 글을 읽으니  그림 한 장마다 그림에 대한 새로운 정이 생긴다.  한 장의 그림에 담겨 있는 수 많은 의미는 우리 그림에 담긴 숨은 진리들이다.  그 속에는 사람에 대한 정이 있고,  굳은 절개와  섬기는 마음이 모두 담겨 있다.  우리 것이 정말 좋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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