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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아직 끝나지 않은 경고 - 일본 동북부 대지진, 그 생생한 현장기록
류승일 지음 / 전나무숲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쓰나미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경고
일본의 대 지진을 실제 상황으로 목격하면서 자연의 힘에 대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 또다시 실감하게 된다. 일어나지 않았다면 좋을 일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기에 우리는 그것을 보면서 새로운 교훈을 얻어 희생된 분들의 넋이나마 위로해야 한다. 우리가 불행앞에서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의 모습을 뉴스로 목격하자 사진작가인 저자는 반드시 그 곳으로 달려가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어렵게 일본 행 비행기에 오르게 된다. 그동안 여러 사건들을 늘 현장에서 사진기자로 취재를 해오던 저자에게는 일본을 취재해야 겠다는 목표 한가지 뿐이었다. 실제 지진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부 지역을 사건 직후부터 보름에 걸쳐 취재한 그는 이 책을 통해 쓰나미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해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재앙의 소식을 들으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무엇인가에 이끌려 재앙 현장에서 겪게 될 힘든 일들을 알면서도 그 속으로 달려가게 된다는 저자. 그만큼 그의 사진을 보고, 사진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눈가가 촉촉해진다. 평생을 과자점을 운영해 오시던 한 할아버지는 온통 엉망이 되어버린 자신의 가게를 찾아 자신이 만든 과자 중에 진흙을 뒤집어 쓰기는 했지만, 포장해 놓아 먹을 수 있다며 저자에게 과자봉지를 내민다. 평생을 일궈온 자신의 가게에서, 며칠 전 자신이 만든 과자를 내미는 모습을 보면서, "오이시(맛있다는 일본어)" 라는 말과 함께 웃어주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 분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고, 또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아버지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온 과자점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하십니다. ... 돈은 없어도 좋은데, 마음을 담아 만든 과자들과 평생 사용해오던 제빵 도구들이 이렇게 파묻혀 있으니 마음이 불편해서 살 수가 없다고 하세요.' (157 쪽 )
자연의 대 재앙에 할 말을 잃게 되지만, 그 속에서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게 되는 것은 척박해진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람을 사랑하고 아픔을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때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찹쌀떡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나누어주고 서둘러 사라져가는 한 아주머니의 모습은 다시 힘을 내 아픔을 딛고 희망을 가지게 한다.
한 장에 사진에 담긴 의미는 아무리 많은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힘이 있다. 그저 막막하게 자신의 집터를 바라보는 사람, 이미 고인이 되어 시신이 수습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자원봉사자. ... 사람의 행동으로는 만들 수 없는 대 재앙 앞에, 더해서 원전피해를 걱정해야하는 문명 앞에,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