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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 옥 패밀리 545일 세상 학교 이야기
박임순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6월
평점 :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

참 많이 공감하면서, 그리고 부러워하면서 이 가족의 여행담을 읽었다.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마냥 예쁘기만 할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에 엄마, 아빠를 최고로 알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들과 관계는 예전같지 않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삶의 버거운 무게 앞에서, 아이들도 부모도 지쳐가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부모는 부모대로, 그저 경쟁을 유도하는 현 교육으로 인한 여러가지 테스트의 연속인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매일이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때때로 그런 와중에도 웃을 일이 있고,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이렇게 사는 삶이 옳은 삶인가, 이렇게 사는 아이들의 미래가 행복할까 생각하다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옥 패밀리' 그들이 학교를, 직장을 박차고 세상 학교로 떠나게 된 계기가 이제 더 이상 웃음이 사라진, 서로가 날선 대립의 날을 겪는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부터 라는 말에 너무도 공감이 간다. 지금 그것이 내 가정의 모습이자 보통의 우리 모두의 가정의 모습이 아닌가. 우리 모두는 살면서 참 정해진 틀에 쫓기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책을 읽어가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물론 이 가족이 부러운 이유는, 그리고 그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감히 누구나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일을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우선 그런 생각을 가족이 같은 마음으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모두가 한 마음이 되었던 것이 가장 소중하게 느껴진다.

'빠르게, 앞만 보고 헉헉 거리며 살아온 삶을 내려놓기. 페달을 밟을수록 더 바쁘게 살아야만 했던 삶의 속도를 조절하기. 그래, 이것이 바로 느림의 지혜가 아닐까?'( 본문 83 쪽 )
최근에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가지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너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저 내일을 위해 오늘은 조금 참아가며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다. 모든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마다 내일 행복한 삶이 아니라, 지금 행복한 삶을 꿈꾸라고 한다. 하지만 용기가 없는 나는 오늘도 그저 주어진 삶에, 짜여진 일상에 눈을 뜬다.
아니다 싶을 때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용기있게 선택할 수 있는 이 가족의 용기가 부럽다. 정말 학교는 세상 속에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미리 결정되지 않은 일들을 부딪치는 과정들, 그리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스스로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가는 과정이야말로 참다운 교육이었다. 이국 땅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을 하는 형을 쫓아 아이들이 떠나는 트레킹은,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대로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는 색다른 교실이고 학교였다.
힘들어 하는 성장한 딸과 함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곳이 집이 아니라 여행지였기 때문에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힘겨워하는 딸과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아빠의 모습에서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