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ㅣ 어린이 한국사 첫발 1
청동말굽 지음, 이규옥 그림 / 조선북스 / 2011년 5월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인기있는 '1박2일' 이라는 방송을 보면서 총알 맞은 나무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가슴 아픈 역사를 사람이 아닌 나무까지 몸에 남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이 번에 읽은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역시  읽는 동안  나무와 얽힌 역사적인 사실이 이렇게 많았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시간이 나면 직접 한 번쯤 책 속에서 만났던 나무들을 찾아 아이들과 나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꽤 교육적이고 뜻 깊은 시간이 되겠다 싶었다.

   100년을 못산다는 인간의 삶에 비해서  1000년을 산다는 나무의  삶만큼  아직도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살아있는 나무들에게  이미 몇 백년이 지난 역사적인 이야기까지 간직되어 있다니,  그것만으로  너무도 소중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오랜 세월을 한 자리에서 꿋꿋하게  역경을 견뎌낸 나무들은 때로는 좋을 일을, 또는 나쁜 일들을 모두 겪으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세월이 흘러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책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나무는 온 몸으로 담고 있다. 

    모두 5장에 걸쳐서 15가지 나무에 얽힌 한국사를 담고 있는 나무이야기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그저 머리속으로만 기억하지 않고,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자라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이 되어준다.  나라의 슬픔을 함께 나눈 나무부터, 적과 싸우는 장수와 함께 했던 나무, 왕에게 힘을 주었던 나무, 왕비와 신사임당, 논개 등 우리 역사의 이름을 남긴 여인과 얽힌 나무, 가슴 아픈 특별한 기억을 간직한 나무까지  나무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우리 역사를 담아낸 이야기였다.

    일제 강점기  태극기를 달지 못하고 일장기를 달고 있는 손기정 선수의 모습과 함께,  우승을 했지만 전혀  웃지 않는 그의 얼굴 아래로 작은 화분이 손에 들려 있다.  동양인으로 처음 올림픽 마라톤에서 일등을 한 선수와 3등을 한 선수는 모두 가슴에 일장기를 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라를 뺏기고 올림픽에 참석했던 우리 선두들이었고 두 사람 모두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당시에 받았던 나무가 지금은 손기정 선수와 함께 '손기정체육공원'에서 자라고 있다고 한다.

    수학여행을 하면서 알고 있었던 '정이품송' 나무도 있었지만, 그 나무에게 부인이 있다는 얘기는 새로운 내용이어서 아주 흥미로웠다.  알고 있었던 나무는 거의 없었고,  이 번에 책을 통해  역사를 간직한 다양한 나무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가장 관심이 가는 나무는 '기쁨보다 슬픔이 더 큰 우승'이라는 제목의 '서울 만리동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도 서울 한복판의 공원에 100년 전에 그 나무가 심어져 있다니, 아이들과 함께 꼭 만나러 가보고 싶은 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