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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난 죽고 없을 거야 ㅣ 탐 청소년 문학 2
줄리 앤 피터스 지음, 고수미 옮김 / 탐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네가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난 죽고 없을 거야

주인공 '대일린' 또래의 사춘기 딸아이가 있는 학부모다. 부모가 되어 자신이 낳은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감사하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생길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지금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매스컴이나 인터넷 등의 발달로, 그리고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진 환경으로 인해 외적인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이다. 한참 예민한 사춘기여서 더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은 너무나 힘들기만 한 모습이다.
'왜 이런 패배자를 낳았나요? 왜 내가 희망도 없고 뚱뚱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 애들과 일부러 어울리게 하려는 노력을 그만두지 않았나요? 이 세상은 나를 위한 게 아니었어요. 나는 너무 일찍 태어났든지 너무 늦게 태어난 거예요. 결함투성이예요.' ( p. 100 )
'대일린'은 바로 그렇게 여러 아이들의 집단 따돌림으로 부터 상처를 받고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한다. 늘 자살만을 생각하고, 그저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실행하는 아이다. 일찍부터 뚱뚱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기 시작하면서 가벼운 장난부터 노골적인 괴롭힘까지 여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고통을 당한다. 팔목을 자르고, 암모니아 표백제를 마시고...끝도 없이 죽음만을 생각하는 아이를 부모는 24시간 교대로 감시하게 된다.
아직도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세상에 자신은 아무 의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 가입을 한다. 자신이 죽음을 실행할 시간을 23일 이후로 정해지면서 매일 그 곳에 접속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죽음에 대한 결심을 나눈다. 그러면서 그 곳에 어떻게 자신이 죽음을 결심하게 되었는지, 그동안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아픈 시간들이 있었는지, 자신이 어떤 상처를 받게 되었는지, 한 가지씩 그 과정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한다.
23일, 22일, 21일, ... 죽음의 순간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부모님과 일상을 이어가면서, 그렇게 아이는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어느 날 아이의 주변에 '산타나'라는 아이가 나타난다. 수업이 끝나고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학교 앞 벤치에 앉아 있으면 어기없이 나타나 '대일린'에게 관심을 보이는 산타나. 그리고 나쁜 병에 걸려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아야 하는 산타나를 알아가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자신의 모습과 살고 싶어하는 산타나의 모습에서, 삶에 대해 진지한 마음으로 자신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하는,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느껴가게 된다.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않는 대일린의 심리를, 그 나이 또래의 힘든 일을 겪고 있는 마음을, 화자가 대일린이 되어 너무도 안타깝게 표현하고 있는 이 소설은 괴롭힘을 당하든, 그렇지 않든,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그리고 또래의 당사자 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지방에서 전학을 하면서 몇 개월간 집단 따돌림으로 너무도 힘든 시기를 겪었던 딸아이를 봐왔기에, 그것이 지금까지 아이의 가슴 한 구석에 똬리를 틀고 남아 두고 두고 상처가 되고 있음을 알기에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지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알게 모르게 '대일린' 처럼 속으로 속으로 울고 있을지.
'네가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 범신론에 대한 네 생각을 듣고 싶거든. 자신을 아프게 하면 다른 사람도 모두 아프게 하는 거란 기본적이고 도덕적인 신념에 대해서도. 우린 모두 그렇게 연결돼 있어.' ( p. 24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