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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색깔 이야기, 2010년 칼데 콧 아너 상 수상작
조이스 시드먼 글, 패밀라 자가렌스키 그림, 이상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4월
평점 :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계절의 변화를 다양한 색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는 이 그림동화책은 책장을 펼칠 때마다 전혀 다른 색의 변화와 함께 아름다운 색 잔치를 펼쳐낸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너무도 아름답게 계절의 변화과정을 들려줄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책으로 두고 두고 간직하고 싶은 예쁜 그림책이다. 시인이자 선생님이라는 작가답게 아름다운 시를 그대로 그림과 함께 이야기로 엮어가고 있어, 시를 읽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 나가게 된다. 표지의 '2010 칼데콧 아너상 수상 작품' 이라는 글을 먼저 만나고 책에 대해 기대를 더 많이 하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예쁜 그림, 아름다운 색, 자연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사랑이 가득한 시와 같은 글까지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봄이 오면 빨강, 초록, 노랑, 하양, 파랑, 연분홍까지 자연 속에 색깔들이 숨었다가 모두 힘을 모아 봄을 만들어낸다. 수줍은 새싹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노랗고 예쁜 꽃을 피어내기도 하고, 깃털도 없는 연분홍 빛의 예쁜 아기 새가 둥지에서 탄생하기도 한다. 그렇게 색깔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에 나름의 이유로 각각의 색깔잔치를 벌인다. 봄을 알리는 초록은 연한 새싹으로, 여름을 알리는 초록은 봄과 달리 더 진해져 또 다른 초록으로, 가을의 초록은 먼지가 뒤덮여 푸석 거리는 초록으로, 겨울의 초록은 나무의 심장 속에서 땅속 깊은 곳에서 다시 새싹을 피울 봄을 기다리며, 같은 초록이 계절에 따라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다른 초록으로 나타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연이 주는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다정함이 느껴진다.

계절이 바뀌고 벌써 봄을 지나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예전에는 다 보이지 않던 길가의 작은 풀꽃도, 나뭇가지의 새순도 너무도 아름답고 소중하기만 하다. 아이들이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계절은 어떤 모습일까. 알록달록 수없이 많은 색 잔치는 아닐까. 같은 색깔이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가에 따라 이리도 아름답게 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새롭게 느끼는 시간이자, 역시 칼데콧 아너상 수상 작품이라는 믿음이 가는 책이다.
너무 예뻐서, 지금 아이들이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그 아이들에게까지 두고 두고 보여주면 좋겠다 싶은 동화책들이 있다. 그림부터 색이나 내용까지 너무도 소중한 책, 누구에게든 선물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책, 바로 그런 책을 만나면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어진다.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 이 바로 그런 책이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그림 그리는 실력이 있다면 그대로 아이들 방에 그려주고 싶은 그림이었고, 자꾸 보고 있어도 실증이 나지 않는 그림이었다. 서로 함께 어울려서 계절을 만들어가는 색깔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색다른 그림책의 세계를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