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시봉 이야기
김종철 지음, 강모림 그림, 고서점 호산방 자료제공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세시봉 이야기

요즘 '세시봉'열풍이다. 80년대 학창시절이었던 내게도 세시봉열풍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당시의 세시봉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내게도 음악 다방이라는 곳에 대한 추억은 많기만 하다. 뮤직박스에 DJ 가 있고, 친구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둘러 앉아 쪽지에 신청곡과 사연을 적고, 내가 신청한 음악과 사연을 다시 듣는 시간들은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그 때를 떠올리면 당시의 음악과 함께 그때 그 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지금 함께 음악을 듣던 그 친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지금도 가끔 당시의 음악을 들으면 다시 청춘의 시절로 돌아간 듯 아련한 추억에 젖곤 한다. 바로 그런 마음이 지금의 세시봉 열풍을 불어왔으리라. 영원히 청춘일 것만 같았던 시간도 흘러 이제 그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는 중년이 되어보니 마음은 여전히 그때 그대로인 것을.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런 저런 요즘 방송에서 나오는 그 나이 아이들이 열광하는 음악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사실 비슷 비슷한 아이돌 들의 차이를 알 수 없는 노래들은 이렇다 할 감흥을 느낄 수가 없다. 그저 발랄하다 싶은 정도이고, 참 예쁘고 늘씬한 아이들도 많다는 생각 정도랄까. 예전의 음악은 가사에서부터 청춘이나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겨 있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들어도 너무 아름다운 가사들이 많았다. 물론 지금 아이들이 이런 내 생각을 듣는다면 고리타분하다고 하겠지만, 같은 세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이 있어 <세시봉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도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책은 당시의 여러 가수들의 세시봉 시절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어, 읽으면서 흐믓해지는 마음이자, 당시의 여러 노래에 얽힌 이야기들은 흥미롭기만 하다. 지금처럼 컴퓨터나 놀이문화가 없었던 당시에 라디오가 유일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길이었고, 어쩌다 공 테이프를 구입해 라디오에 나오는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듣곤 했었다. 팝송, 가요 등 여러가지 과거로의 여행을 다녀온 듯 책을 읽는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기만 했다. 많이 부족한 가운데 더 목마름을 느끼던 시절이었기에, 작은 것이 주는 소중함이 더 가치가 있던 시절이었고, 두런 두런 친구들과 모여 옛이야기를 나누듯이 당시의 가수에 대해, 음악에 대해, 시대적인 배경까지 다양한 재미가 숨어있어 두고 두고 가끔씩 꺼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맺음말'에서 저자가 지금의 세시봉 열풍에 대한 현상이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잊고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깨닫게 하는 각성재가 아니었을까?' 라는 글을 읽으면서 정말 참 많이 잊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때의 순수, 열정, 사랑의 마음들을 잊고 참 정신없이 달려온 우리가 아니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