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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울지 마!
노경실 지음 / 홍익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열일곱, 울지 마!

중학교 3학년 딸아이가 있다. 우리 나이로 열 여섯이고 내년이면 열 일곱이 된다. 딸아이 위에 아들녀석을 키웠을 때는 하지 않았던, 딸아이의 부모이기에 해야 하는 걱정이 바로 이 책 속의 '무이'와 같은 상황이다. 어느 한 쪽의 잘못은 아니기에 아들가진 부모부터 먼저 조심하고 교육을 시켜야 할 일이지만, 현실은 여전히 여자이기에 약자일 수 밖에 없다. 청소년기의 성장 소설을 읽다 보면 늘 그 시기의 아이들이 안쓰럽고, 대견하다. 그러면서 조금이나마 그 아이들 편에서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며칠 전 어린이날을 맞아 딸아이가 자신들 같은 청소년기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이자, 그림자 같은 존재라는 말을 하는 모습에 참 부러운 나이면서 안쓰러운 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 나 역시 그런 시기를 지나 지금에 이르렀는데 돌아보면 아이에게 늘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 안된다는 것도 너무 많은 엄마의 모습이 내 모습이다. 그저 누구 누구의 엄마와 전혀 다르지 않은 보통의 엄마, 예전에 그리도 싫어하던 내 엄마의 모습이 온전히 내 안에서 자라나,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요구와 억제를 강요하고 있다.
[열일곱, 울지 마!] 는 아프다. 그리고 안타깝다. 그래서 더 그애들을 응원하고 싶다. 그냥 다가가 그럴 수 있다고, 괜찮다고, 정말 괜찮아 질거라고....이겨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 얼마나 그 아이들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하는 말인가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일학년이 된 '수경'과 '무이'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미래 파티시에를 꿈꾸는 수경은 공부는 그저 그렇지만, 사남매의 맏이로 늘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 마음 씀씀이가 넓은 친구다. 무이는 가정환경도 좋고, 성적도 우수한 그야말로 모범생 여고생이다. 어느 날 아주 작은 사건이 벌어지면서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하던 장 선배에게 강간을 당하고 단 한 번의, 불과 3분여의 시간은 무이의 몸에 임신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겨주게 되고 이후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끌고 만다.
대학생이 되어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연인이 되자는, 그러니까 지금은 참고 열심히 공부하자던 너무도 착한 남자친구 '지구'를 더 이상 볼 수도 없고, 딸이 세상에 하나뿐인 공주라고 생각하는 아빠를 예전처럼 바라 볼 수도 없다. 세상 모든 것에서 그저 벗어나고 싶고, 자신이 사라져야 배 안의 아이도 사라지고 더 이상 비참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무이. 무이에게, 아니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도 아픈 상처를 담은 열일곱 미혼모의 이야기이다.
'엄마는 지금의 저 라일락 나무가 꼭 네 나이 같아. 이제 막 예쁜 꽃을 피우는 아가씨, 그러니까 진짜 여성이 되려는 시기에 들어선 열일곱의 처녀! ...너무도 풋풋하고, 예쁘고, 싱그럽고, 깨끗하고, 청순하고, 사랑스러워! ' ( p. 213 )
'눈물이 흐르지 않으면 자전거도 멈추는 걸까? 자전거를 세우면 눈물도 멈추는 걸까? 뭐든 멈추면 내 인생도 조용해지고 따뜻해지는 걸까?' ( p. 3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