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 - 20대 초보의사가 본 더 리얼한 시골의 웃음과 눈물
양성관 지음 / 북카라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

 

    갈수록 시골생활을 동경하고 있는 한 사람이기에  더 흥미롭게 젊은 의사 선생님의 시골 살이가 대해 읽을 수 있었다.   경상북도 산청군 생비량면의 보건지소에  의대를 졸업한 새내기 의사 선생님이  군복무를 대신해  시골생활을 하게 된다.  1300명이 전부인 마을 주민은 모두 그곳에서 수 십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젊은 20대 청춘이 시골 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가지 사건들은  지금 우리의 시골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따뜻하게, 혹은 안타깝게  다가온다.

 

    생초보 의사 선생님이기에 느끼는  의사로서의 솔직한  감정도 엿볼 수 있고,  한적한 시골 생활의 여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도시 생활을 그리워하는  청춘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 번도 시골생활을 하지 않고, 그저  중년에 접어들면서  희망사항 일순위가 되어 버린 전원생활을 그리는 내게는  조금은 걱정스럽게  다가오는 내용들도 많았다.  드라마에서처럼  예쁜 꽃들과 자연 속에서  편안한 생활만을 꿈꾸며 가끔 시간이 나면   내 식구들이 먹을  채소들을 가꾸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기만 했던  시골생활이었는데,  직접 시골에서 일 년간  시골 주민들의  이런 저런  일상을  써 나간  이야기들은  고생스럽기도 하고,  외롭기도 한  모습들도  많았다.

 

    여러가지 이야기 중에 설 전과 후의  시골 보건지소의 모습은  우리 부모님들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설을 앞두면 보건지소는 한없이 한가해지고  늘상 여기저기 온몸이  아프다던 할머니들은  명절에 찾아올 자식들을 위해 음식준비, 명절준비에  바쁘기만 하신다.  그리고  자식들 먹이고 만날 생각에  아프던 몸도 멀쩡해진다.  하지만  설이 끝난 보건지소는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찾아오는데, 자신의 몸 아픈 것도  돌보지 않고, 자식들 먹일 음식 장만에, 뒷바라지로  여기저기  안아픈 곳이 없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 중에  '시골여자, 서울여자' 는  20대 젊은 남자가 어쩌면 이리도  여자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특히 시골여자에 일생이 너무도 잘 나타나 있다.  평생 영감만을 바라보고 살다가 자식이 생기면서 아들이 그녀들의 전부가 되고,  아들의 결혼과 함께  며느리와의  미묘한 감정까지  읽으면서  맞아! 라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아들의 마음을 빼앗아 간 며느리가 미워 때때로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키기도 하지만 패장의 마지막 저항일 뿐, 이미 떠나간 아들의 마음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 p.170 )

 

    젊은  의사의  시골 일기는   잔잔하고 조용하지만  여러 인생 살이가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고단하기만 한 우리네 부모님들의 삶,  자식들을 향한 끝없는  사랑,  국제 결혼을 해야 하는  시골  총각들의 현실,  어린 초등학교 아이에게는  보건지소 의사 선생님을 친구 삼아야 하는  농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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