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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ㅣ 키친앤소울 시리즈 Kitchen & Soul series 1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예담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49일의 레시피
누구에게도 환경받지 못하던 한 여인이 죽음을 맞았다. 아니 누구나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그늘에서 조용히 살아왔다. 그러나 그녀의 그런 삶이 끝나고 주변 사람들은, 특히 가족들은 그녀의 삶이 얼마나 자신들에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흔히 '후회하면 이미 늦는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들인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많이 아프고, 많이 따뜻하고, 그리고 많이 감싸주고 싶은 '옴마'의 이야기였다.
<49일간의 레시피>는 가족 이야기이다. 하지만 가족보다 더 큰 의미로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감싸주며,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이후 자신이 그 자리에 없더라도 누구나 삶을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이들도록 요양원에 입원한 병든 아버지만을 수발하던 못생긴 노처녀. 그녀는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그저 일 잘하는 하녀정도로 생각한다고 믿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신이 만든 돼지호빵을 너무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을 보고 그와의 일생을 꿈꾼다. 그리고 우연히 그와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게 된다.
"좋아한다느니, 사랑한다느니, 아리 러브 유라는 말은 없어도 돼요. 제가 차린 걸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 그걸로 충분히 행복해요. ... 일손이 아니라 아내를 맞이 한거라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요.' ( p. 172 )
그녀의 남편이 된 사람은 아내가 죽고 딸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홀아비이자,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남자였다. 어느 날 자신에게 찾아온 '오토미'의 순수함을 알게 되고 재혼을 한다. 남자에게도 남자의 딸에게도 그녀는 그저 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주고 집안일을 하는 아내이자, 엄마라고 불러지지 않는 '옴마' 정도의 여자였다. 그렇게 수 십년을 한 가족이 되어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의 나이 71세가 되어 그녀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어느 날 그녀가 복지원에서 돌보는 사람이 찾아와 '오코미'가 생전에 했던 유언을 알게 되고, 함께 힘을 모아 엄마의 49재를 즐거운 연회잔치로 차리기로 한다. 그것이 엄마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하루 하루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아내로, 새엄마로 떠난 사람이 남겨진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되고,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이던 현실도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엄마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느낀다.
한 사람이 주변에 끼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는 그 사람이 떠나고 빈자리를 느낄 때 비로소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항상 같이 있는 사람에게 늘 부족한 부분만이 눈에 들어와 많은 실수들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가족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나중에 내가 그 자리에 없을 때 이 책의 '옴마'같은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리코는 벽에 붙여놓은 연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살까. 어떤 걸 자신의 연표에 적어갈까. 연표에 써진 문장 하나하나를 옴마는 어떻게 결정하고 무엇을 단념했을까.' ( p. 212 )
'태양을 등지고 삶을 버리려 했을 때 무지개는 나타난다. 그리고 살아갈 힘을 기르고 다시 태양을 향해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하면 무지개는 그 등을 밀고는 덧없이 빛 속으로 녹아든다.' ( p. 2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