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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의 특별한 여름 - 국제독서협회 아동 청소년상, 뉴베리 영예상
재클린 켈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열두 살의 특별한 여름
2남 3녀 중 위에 오빠를 두고 장녀로 태어난 나는 자라면서 여자가..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으면서 성장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다른 집에 비해 그나마 진보적인 부모님이어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은 배우도록 했고, 되도록 차별을 안하고 키운다는 걸 느낄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여자인 내 눈에는 이런 저런 차별이 많았다. 당연히 엄마의 집안일은 여자인 우리 세자매가 도와야 했고, 조금 덜렁거리면 바로 여자가..라는 말을 하는 엄마를 보면서 중학생인 사춘기에는 정말 반항심도 많았었다.
이 책은 초등학교 고 학년 부터 중학생까지, 특히 여자아이들이 읽기에 너무 좋은 책이다. 그 시대의 여성의 삶을 다룬 내용 뿐 아니라 시대적인 흐름에 따른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실을 소설과 함께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종의 기원> 이라는 '다윈' 이 쓴 책이 아무나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며, 엽서나 편지로 소식을 전하는 일들이 처음으로 전화가 개통되어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면서 전화 교환원으로 여성이 얼마나 매력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아직 학교 시설에 현미경이 있지 않았던 시절 할아버지의 현미경을 처음 접한 이야기 등 과학을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캘퍼니아'와 함께 자연스럽게 과학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정말 책을 읽으면서 1889년 여름부터 1900년 새해를 맞는 순간까지의 '캘퍼니아'의 이야기는 110여년 전의 과거와 지금 현재까지 엄청난 시대적 변화를 겪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여성들의 삶은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사교계에 나가 남편감을 고르기 위해 여성 다워지기 위한 이런 저런 노력들,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은 대부분 수놓기나 요리정도, 한 가정의 주부가 되기 위해 가정에서도 반드시 배워야 할 요리와 바느질, 햇빛을 가리기 위해 반드시 머리에 써야 하는 보닛, 남자형제 여섯 사이에서 유일한 외동딸이었던 주인공 소녀는 모든 것이 불합리 하기만 하다.
일찍부터 과학에 눈을 뜨고 여러 과학자들과 교류를 하면서 이런 저런 관찰이나 실험등을 하는 할아버지만이 소녀에게 무엇이든지 될 수 있음을 수시로 말하고 많은 일들을 함께 연구한다. 바느질 실력은 형편없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새로운 종을 찾아내 협회로부터 할아버지와 자신의 성을 딴 식물이 생기고, 하루 하루 무언가를 관찰하는 일이 너무도 즐겁고, 과학 관련 서적이나 소설을 읽는 일이 너무도 행복한 사춘기 여자아이는 그렇게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미래를 꿈꾼다. 대학을 가고 그곳에서 과학을 공부하려는.
이제 결혼을 하고 그 또래의 딸아이가 있다. 내가 워낙 남,녀 차별을 싫어하며 성장하다보니 되도록 딸아이와 아들을 똑같이 키우려고 노력하지만, 알게 모르게 딸아이에게 더 이런 저런 규칙을 정하고 되고, 특히 외출 후 귀가 문제는 자꾸 부딪치게 된다. <열두 살의 특별한 여름> 의 주인공 '캘퍼니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미 100여년 전의 시대적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자주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 아이 역시 내가 예전에 느끼게 되었던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에게 꼭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내가 만든 비스킷은 돌처럼 딱딱했고, 내 자수 견본은 삐뚜름했으며, 내가 박은 솔기는 지그재그였다. 나는 엄마의 삶을 생각해 보았다.' ( p. 254 )
'세기가 바뀌려고 하는 순간이었지만, 내 자그마한 삶은 그것과 더불어 바뀌지 않을 터였다. 내, 자그마한, 삶. 그것에 익숙해지는 편이 나았다. ( p. 3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