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우의 성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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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우의 성

 

    최근에 여러가지 일본 소설이 국내에서도  많이 출간되고 있어 그동안 여러 권의 일본 소설을 읽었었다.  하지만 이 번 처럼  일본역사를 다룬 책은 처음이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시작  부분은 비슷비슷한 등장인물의 이름들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내용들이 등장해 읽어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앞 부분의  몇 장에 해당되는 부분만의 일이었고, 갈수록 노보우(얼간이, 바보) 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재미있어 쉽게 책장을 넘겨 나갈 수 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천하를  차지하면서 천하통일을 이루어가던  400년 전.  마지막 남은 작은 성을 함락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이 눈 앞에 다가오면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성의 총 사령관이  된 '나카치카'.  그는  큰 외모와 달리 백성들과 농사짖기를 즐기고, 늘 백성들과  생활하기를 꿈꾸는  인물로  성내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노보우'라고 부른다.  바보처럼 늘 웃고 다니면서 좀처럼 화를 낼 줄 모르고,  잘 하지도 못하는 농사일이지만  늘  백성들의 편에서  일상을  살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누구에게나 '노보우'로 불리며 바보스러운 인물로 비춰지는  '나카치카'가 사령관이 되면서  한 판 붙게 된  간토 지방의 호조 가문 사람들.  도저히   엄청난 힘을 가진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이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성주인 '우지나가'는 이미  히데요시에게 성을 내주기로 하고, 남은 가신들과 함께 거짓으로 전투를 벌이는 척 하다가 항복하기로 작전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저 맥없이  항복했다는  질타를 피하고 자신들의 마지막 명분은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이미 모든 가신들과  약속을 해 둔 상태였다. 

 

"관백과 싸우면 우리는 진다. 그러니까 싸우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나리타 가문의 체면은 세우면서." ( p. 87 )

 

   하지만  '히데요시'측의 사신으로 온 사람의   오만한 행동과 말투에 화가 난  '나카치카'는 마지막 순간에  싸우겠다는  통고를 하고 만다.  그리고  결국 모든 가신들과  백성들과 함께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은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막강한 인원의 병력을 자랑하는 히데요시의  사신에게 항복하기란, 힘있는 자에게  무조건  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리타 가문의  사령관이 된 '나리타 나카치카'의 싸우겠다는 주장은  이후  모두의 힘을  한 곳으로 모으게 하는 계기가 되고, 결국  어렵다고 생각했던 싸움이지만, 생각보다 잘 버텨내며  전투는 길어진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 결정했다."

...

'나리타 나가치카'는 이 시골 성을 센고쿠 시대 전투사상 가장 특별한 성으로 만드는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던졌다.

"싸우겠다."

 

   알 수 없을 것 같았던  400여년 전의 일본의  역사이야기는  작은 한 개인의 불의에 맞서는  과정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돌아보고 반성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그러면서  읽는 사람 또한 '나카치카'와 한 편이 되어간다.  누구에게나 무시당하는 얼간이로 불리는 '노보우'님 이지만  그의 마음속에 품은 것은  도덕적으로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힘으로  약한 사람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한 도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으며, 우리 현대인의  외곡된  모습을 함께 담고 있다.  그저  강한 것에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이 있을 때는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사람을 발로 걷어찬다. 재주 있는 자가 재주 없는 자를 조롱하고 있다.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인가? 그렇다면 난 싫어 그런 건 받아들이지 못하겠어!"  ( p. 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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