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돈 벌자고? 창비아동문고 261
박효미 지음, 이경석 그림 / 창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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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돈 벌자고?

 

    정신없이 빨려들어, 가희이야기를 읽었다.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이 구수하게 사투리로 대화하는  글도  흥미롭고, 가희의 겨울 방학 돈벌이 이야기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제목을 보면 경제와 관련된 동화라는 생각이 들지만,  예전의 아이들의  신 나는 놀이 이야기이자  시골 농촌의  현실을 함께 생각해보게 되는 교훈이 많이 담긴 글이다.  그리 넉넉치 않은 바닷가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가희네는  제법 반듯한 논을 가지고 있다.  동네에서 제일 크고 반듯한 이곳이 겨울이면 남자아이들의  놀이공간이 된다.  꽁꽁 언  얼음꽝에서 아이들은 장치기도 하고 썰매를 타면서  하루종일 즐겁게  논다. 

 

   겨울방학이 시작하고  늘 방안에서 뒹굴거리는 가희는 연탄값이 아깝다는 이유로 동생 가희와 한 방을 쓰라는 엄마의  명령에 화가 난다.  덜렁거리는 자신과 달리 깔끔쟁이 동생은 늘 잔소리를 늘어 놓으며 사사건건 간섭이다.  결국  양파농사가 망치고  엄마가 갯벌에서 굴을 따는 일을 하면서 그 날벼락이 가희에게 떨어진 것이다.  모든 원인이  연탄값을 아끼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가희는 돈을 벌어 엄마에게 연탄값을 주면 다시  혼자만의 방을 쓸 수 있을 것이고,  농사가 망쳐 힘이 빠진 아빠에게도 힘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백만장자가 되기로 한다. 

 

    추운 겨울방학이면 그저 방안에서 뒹굴거리며 종일 밖에 나가기 싫어하던 가희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기네 논인 얼음꽝에서  노는 남자아이들에게 입장료를 받으면  금방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단히 결심을 하고  곧 부자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안고, 가희는 동생 나희와 막내 다희까지 앞세우고 얼음꽝을 찾아  정신없이 놀이에 빠진 아이들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팔석이 닌 수학여행도 안 갔냐아? 재미 하나도 없는 박물관에도 입장료 냈다이. 근디 박물관보다 몇 배나 재밌는 얼음꽝에 들어옴서 입장료를 안 내야? 그게 말이 된대?"

"똥구녁 방구 뀌는 소리 그만해라이. 야! 느그들!  이 가시나말 무시해라이. 언능 편먹자."

 

   쉽게  입장료를 받을 수 없게 되자  결국 가희는 남자 아이들과 타협에 들어간다. 50원을 받으려던 입장료는 남자아이들이  놀이에 쓰는 구슬 두 개로 타협이 이루어진다.  구슬 한 개에 20원에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계산하면  구슬도 계속 모으면 돈이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처음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 생각했던  계산대로  쉽게 구슬이 모이지 않자,  구슬을 받기만 하는 것보다  놀이를 해서 따는 편이 더 빨리 재산을 모으겠다고 생각한 가희는 남자 아이들의 놀이에 참가하게 되고,  결국  구슬을 몽땅 잃는다.  하지만 이미 구슬치기 재미에 빠져든 가희는 엄마 몰래 엄마의 돈을 훔쳐 구슬을 사게 되지만  겨울철  아이들과의 놀이에서  쉽게 벗어나지도,  생각처럼  구슬을 따지도 못한다.

 

   '세상에, 이렇게 신나는 걸 여태 모르고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겨울철 담장 밖 세상이 이럴 거라고, 가희는 꿈에서조차 생각 못 했다.' ( p. 73 )

 

   가희의  이야기는 잊고 있었던 내 어린시절의 이야기다.  지금 아이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정말  예전에는  겨울이라고 집안에서  뒹굴거리며   시간을 축내지는 않았다. 볼이 다트고, 손 발이 얼도록 밖에 나가  놀이에 빠져  매일이  즐겁기만 했다.  가희와 아이들처럼  시골이 고향은 아니지만 한 번씩 겨울방학마다 큰댁에 가면 그대로 볼 수 있는 풍경이었고,  나도 자주 얼음꽝에서  삼촌이 만들어주신 썰매를 타면서 놀곤 했다.  늘 공부에 찌들어  학원으로 학교가 전부인 요즘 아이들에게  과거의 겨울놀이를  알아가는 재미,  가희와 함께 경제 공부를 하는  재미,  그리고  힘든  농촌의 현실과  배꼽잡는 사투리들까지.   <오메 돈 벌자고?> 는 참 많은 색을 담아낸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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