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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ㅣ 사계절 1318 문고 66
황선미 지음 / 사계절 / 2010년 12월
평점 :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

중학교 3학년.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딸아이가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편이지만, 유독 성장소설이나 청소년소설에 관심이 많은 것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예전의 내가 살았던 청소년기와 너무도 다른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아이들의 속 내가 궁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출간된 청소년소설이나, 나름 여러 곳에서 필독서로 지정된 청소년소설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공감이 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 작가의 작품보다 대부분 번역작품이 많아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기 아이들의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경우다. 아마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지 않다면 쉽게 발견하지 힘든 부분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학교 교육의 시스템이 아이들 하루 하루의 일상에,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많아 이질감이 느껴졌다.
지금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어 사춘기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참 자아를 고민할 청소년기에는 학교와 가정에서 입시로 짜여진 매일을 반복하면서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전혀 그 쪽으로 고민 할 시간을 갖지 못하다가 정작 대학생이 되어서야 힘든 사춘기를 겪는 다는 것이다. 많은 부분 걱정이 되면서 또한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아이들에 비하면 오히려 이 책의 저자인 '황성미'님이나, 지금 중년에 접어든 내가 사춘기를 겪었던 그때가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통해 나를 발견하기에는 더 좋은 시절이었던 것 같다.
70년대말 80년대 초는 나에게도 사춘기를 겪는 시기였다. <바람이 사는 꺽다리집>은 마흔 중반의 내게 그래서 너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글이었고, 과거로의 따뜻한 여행이었다. 작가가 쓴 첫 번째 청소년 소설이자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소설이라지만, 아마 그 또래에 청소년기를 겪은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 아이들에게 너무 공감이 가지 않는, 어렵고 힘든 시절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성장했고, 지금 그렇게 성장해온 우리의 손에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세대의 삶을 아이들이 들여다보며 공감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부모는 정말 힘들게 우리를 길러냈고, 우리는 다시 그 나이의 부모가 되어 우리 아이들을 기르고 있다.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집, 판자를 여기저기 대충 붙여 만든 그런 집, 그래도 그 집에 가족이 모두 한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서로를 걱정하고 안쓰러워하며 희망의 싹을 품어온 내 소중한 집이었던 것이다.
'나는 남의 기와집 처마에 애걸하듯 매달인 판잣집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색이 다른 판자를 이리저리 이어 붙인 누더기 같은 집이 불쌍하고 그 속에서 밥 먹고 자는 식구들이 불쌍하고 판자집 밑에서 먼지바람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는 살림살이들이 불쌍하고 점점 더 처량해지는 나 자신이 불쌍했다. '( p. 100 )
'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들의 집. 한낮에도 서리가 녹지 않고 어두워지면 식구들보다 바람이 먼저 스며들어와 웅크리는 집. 그래도 가끔 햇살에 반짝이는 서리가 눈부시게 예쁠 때 있고, 식구들이 모여서 밥도 먹고 어쩌다 웃기도 하는 집. ' ( p.177 )
참 많이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다. 정말 살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고,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었고 가족 중에 몇 명은 다른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했던 그 시절. 바로 2~30년 전의 우리의 모습이다. 다시 그 시절이 그립고 아련하게 추억으로 떠오르는 것은 그래도 그 때는 지금보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가족들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요즘 가정의 모습은 서로 각자의 다른 섬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가끔은 나 또한 공감하는 모습이다. 우리가 물질적으로 점점 풍요로워지는 사이에 우리에게 그 풍요로움 만큼 무엇인가 쑥 빠져나간 것 같은 기분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청소년기의 아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공감하느냐의 문제보다, 우리 부모님이 이렇게 성장해왔음을 한 번 살짝이나마 들여다 보기에 더 할수 없이 좋은 책이다. 아이들 눈에 너무도 비참했을 것 같은 그때도 희망이 있었고, 웃음이 있었고, 따뜻한 배려와 사랑이 있었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