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빼기 3

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4 빼기 3 

    살다보면 참 많은 굴곡을 넘나들며  오르고 내리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늘 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라고 발버둥치지만, 돌아보면 더 많이 아프고 힘든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의  일을 들여다 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한 살씩  나이 들어 간다는 것이 한 가지씩 세상을 배워간다는 것 같다.  어릴 때나 학창시절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하나씩 받아들이면서,,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순간이 지나고 보면,   또 그런대로 견뎌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그렇게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가족 중에 누구라도 떠날 때가 되었다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마음의  준비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헤어지게 되는 것 만큼 가슴 아픈 일이 있을까.  그것도  이별의 인사조차 할 시간을 주지 않고,  더군다나 그것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남편과 두 아이여서  제목처럼  4에거 3을  하면  나 혼자만이 남아야 하는 처지라면.  참 안타까운 이야기였다.  그저 소설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지만,  직접  남편과 어린 두 아이를  한 순간에 잃은 엄마 (바버라 파홀 에버하르트) 가 직접 쓴 실화를 일기식으로  써낸 책이다.  때로는 삶을 포기하고 싶고,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그녀의 마음을 감히 다 알 수도 없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고 말할 수도 없다.  예전에 읽은  책 중에 딸을 먼저 보낸  글을 쓰는 작가인 엄마가 쓴 글 중에  자신이 딸을 잃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당하면  어느 정도 알 것만 같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거짓으로  글을 쓰곤 했는데  자신이 직접  당해보니 그동안 자신이 안다고 했던 그 자체가 너무도 가증스럽고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반성한다고 했다.  너무도 공감한다. 어찌 그녀가 아닌 내가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삐에로가 직업인 남편과 아내, 그리고 두 아이들과 단란했던  가족.  노란색 삐에로 버스를 몰고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단란한 시간을 갖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일이 있어 바쁜 엄마만 집에 남아있게 되고  함께 놀러 나간 세 식구는 이웃 마을 철도 건널목에서  멈추지 않는 기차에 의해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사랑하던 남편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된다. 아이들 역시  그저 목숨이 붙어 있을 뿐  병원에 실려가게 되고, 차례로  먼 나라로 떠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이 광대 복을 입고   어린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던 병원에서 이제  엄마는  사고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나는 병원에 간다. 하지만 오늘은 빨강 코를 달지도, 알록달록 요란한 광대 복장을 입고 있지도 않았다. 명랑한 웃음도 없고, 농담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번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의 아이들이다.' ( p. 60 )

   삶이 참 힘겹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래서 더 행복한 순간들에 감사하곤 한다.  엄마 '바버라'가  남편이자 자신과 같은 일을 하던 동료인 '헨리'와 두 아이 '티모' 와 ' 피니' 를 잃고  보통 사람들을 보며 가끔 화가 날 때가 있었다고 한다. 초콜릿을 사 달라고 조르는 아이를 혼내는 엄마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당장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고 한다. " 매 순간 순간이 소중합니다! 이 순간이 마지막일수 있습니다! 사랑하십시오! 칭찬하십시오! 아낌없이 주십시오. 서로에게 잘 해주십시오! "

'삐에로 장례식... . 사방이 삐에로 천지다. 관객들 사이에도, 무대 뒤에도, 악기들 사이에도, 심지어 관 안에도 피에로가 한 명 있다.' ( p. 143 )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함께 밥을 먹고 일상을 얘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지금 돌아보라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늘 지나고 나서 후회하곤 한다. 나도 많은 순간들을 지나고 나서, 돌이킬 수 없을 때 비로소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을 동동 구르곤 한다.  삐에로  친구들을 불러 남편과 아이들의 장례식을  즐겁게, 예쁘게 해주고 싶었던  '바바라'의 마음을 지금은 우리는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지금이라도 당장 누구에게든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내일 일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