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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꿈의 도시
최근에 읽은 일본 작가의 작품 중에 가장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작품이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였다. 아직 그의 작품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 번에 다시 <꿈의 도시>를 읽으면서 그의 작품이 주는 나름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렵지 않고 쉽게 읽히는 글 속이면서 읽고 나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도시인들에게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딱딱한 소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전개해 나가는 그의 글은 읽는 동안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면서 다 읽은 후에 여운은 오래도록 남는다. 이 번에 읽은 이 책도 600쪽을 훌쩍 넘는 두꺼운 분량의 책이었지만, 읽기 시작하고 마지막장까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어 나갈 수 있다.
그가 말하는 <꿈의 도시> '유메노'는 우리 현대인들이 비뚤어 진 삶의 모습이다. 문명이 발달하고 갈수록 더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예전만큼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문명이 가져다 준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한 살씩 나이들어 갈수록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자꾸 고민하게 된다. 사람답게, 하루를 살더라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는데, 현실을 돌아보면 그리 편안하지가 않다. 누가 떠밀어 내는 것도 아닌데 알 수 없는 누군가에 떠밀려 그렇게 하루 하루 바쁘기만 한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오쿠다 히데오'는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신도시에 살아가는 다섯 사람의 변질된 삶의 모습을 통해 우리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생활 보호비를 받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수급자를 줄이는 것이 일인 공무원 '아이하라 도모노리' 는 자신의 구역에서 지출되는 생활 보호비를 줄이기 위해 나름 수급자를 찾아 다니며 열심히 일한다. 겉보기는 멀쩡하지만 언어나 정신이 약간 문제가 있는 듯한 40대 아들과 노모가 생활보호 수급자가 되고자 하지만, 도모노리의 눈에 절대 가당치 않다고 느껴져 수급자에서 제외 시켰던 모자 중에 노모가 전기가 끊긴 방안에서 얼어 죽으면서 위험에 빠지게 된다.
어떻게든 열심히 공부해 도쿄에 나가 대학생이 되고 싶어하던 여고생 '구보 후미에' 는 어느 날 괴한에게 납치를 당하는데, 그는 컴퓨터 게임의 가상세계에 갇혀서 공상의 세계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는 젊은이였다.
폭주족 출신의 '가토 유야' 는 도시를 돌면서 노인들에게 것짓으로 전기검침을 해주고 물건을 강매하는 사기꾼 세일즈맨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이혼을 하고 엄마가 돌보던 아이를 다시 돌려받아 키우면서 언젠가는 성공해서 그럴듯 하게 잘 살 날을 꿈꾼다.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훔쳐가는 사람들을 적발해 내는 보안 요원인 '호리베 다에코'는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의 이혼녀이자 사이비 종교에 빠져 그 곳에서 언젠가는 고통없는 행복한 날이 올 것을 꿈꾼다.
'유메노'라는 신도시의 시의원인 '야마모토 준이치' 역시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야망을 가진 정치인으로 이들 도시에서 성공한 인물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다섯 사람들의 꿈을 쫓아 가는 과정은 '유메노'라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서로 전혀 상관없는 각자의 길을 가는 듯 하다. 각자 자신의 꿈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같지만, 모두가 변질된 현실을 하루 하루 줄타기 하듯이 살아갈 따름이다. 작가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그들의 도시생활의 모습을 <꿈의 도시>라는 제목을 통해, 현대인들이 꿈꾸는 미래가 과연 행복을 보장하는 아름다운 꿈같은 일인가 묻고 있다. 누구라도 이 꿈의 도시를 읽으면서 자유로울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의든, 타의든 서로 얽혀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