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 더 레코드 - 카메라 불이 꺼지면 시작되는 진짜 방송가 이야기
강승희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오프 더 레코드

 

    통통 튀는 젊은 20대 신세대 방송작가가 쓴 방송가의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으면서  흥미롭다.  누구나  평범한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연예인들의 이야기는 늘 호기심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직접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작가가 쓴 < 오프 더 레코드>는 다른 책에서 만날 수 없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저 웃고 지나치기에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 역시 나름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예전에  어떤 개그맨이 방송에서 한 말중에  부모님의  상을 치르고 와서도  개그맨으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시청자들을 웃길 수 밖에 없는  처지가 정말 싫었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기도 하고,  우리  눈에 너무도 화려한 그들의 이면에 가려진 그늘들이  자살등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비춰지는 모습을 보며 ,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가 더 사랑스러운 눈길로 봐줘야 할 이유다.   

 

   더불어  예능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연예인의 뒤를 쫓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느껴지기도 하고,  그들 역시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우리에게 보여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갈수록   더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프로그램을  보려는 시청자들의  눈길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더군다나 누구보다 먼저, 다른 방송국보다 먼저,  특종을 잡기  위한  경쟁이  당하는 당사자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어 돌아가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보는 사람이 있고, 더 자극적인 방송을 원하는  시청자가 있고,  연예인의 뒷담화를 너무도 쉽게  전달하고 가십거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한 고쳐지기 힘든 지금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해본다.

 

'몸에 철갑을 두른 것 같이 당당해 보이는 그들도 실은 말 한마디, 글 하나에 대검으로 베이는 듯한 상처를 입는다. 치료제도 없다. 스스로 치료하지 않으면 뾰족한 수가 없다. ( p.268 )

 

'스무 살이 되는 해의 1월 1일, '뿅!' 하고 어른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스무 살이면 저절로 도래할 어른의 세상은 나에게 너무나 궁금한 판도라의 상자였다. ...  나는 어른이라는 타이틀을 선물  받는 대신 판타지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 P. 319 )

 

   사실 현장에서 일하는 작가이기에 더욱  책 속의 많은 부분이 다루기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알아가면서 우리 시청자 입장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문제들이라고 생각한다.  전개도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그들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어서  나름 소중한 시간이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은 늘 해왔지만, 직접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의 눈으로, 드라마나 영화같은 내용을 소설이라는 장르로  만나니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책속의 주인공은 이름 (도라희) 때문에 방송계에서  '또라이'로 불리는  별 볼일 없는 작가지만,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기대오는 잘나가는 걸그룹의 막내 '마리'를 안쓰럽게 생각하고 결국은  도움을 주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많은 언니였다.  누구라도 마찬가기지만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될 때, 더 이상 기댈 곳도, 더 아래로 떨어질 곳도 없다고 생각될 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어 주는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누구든 주변에 '도라희'가 '마리'에게 그렇게 하듯,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손 내밀어 줄  따뜻한  손길을 뻗어주길.  그래서  이제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마리'처럼 다시 새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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