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우리 제발 헤어질래?

나에겐 상처가 있다. 자매라는 말만 나오면 금방 가슴이 아려오는 아픈 상처가. 오 남매로 아들 둘, 딸 셋인 우리집은 어린 시절부터 늘 북적거리는 집이었다. 더군다나 위로 오빠를 두고 딸 중에 맏이인 나와 두살 터울인 여동생, 또 그 아래 여동생으로 내리 셋이 딸이어서 잠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막내인 남동생은 터울지게 어려 상대고 안되고, 장남인 오빠 역시 상대할 수 없고, 그저 세자매가 늘 옥신각신하며 지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로 아래 동생은 나와 많이 부딪치곤 했는데, <우리 제발 헤어질래?> 의 동생처럼 늘 외모와 남의 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놀기 좋아하는 동생과, 집귀신 처럼 집하고 학교밖에 모르던 나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달랐다.
동생은 외모도 출중해서 늘 자매 중에 제일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 나로서는 나름 시샘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자라면서 말썽도 제일 많이 부리고, 부모님도 많이 힘들게 했던 동생이었다. 그러니 그런모습을 보기가 바른생활 같은 나에게 좋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늘 싸우면서도 평생을 함께 할 거라고 생각했던 동생이었는데, 몇 년 전 동생은 우울증으로 세상살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이제 먼 곳으로 떠나버렸다. 우리 제발 헤어질래? 의 상황을 늘 생각해 왔는데, 어느 순간 이별의 시간도 주지 않고, 그저 서로 부딪치던 나쁜 기억만 남겨두고...... 동생이 홀연히 내 곁을 떠나고 나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동생에게 나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되어 참 많이 울었다. 지금도.. 가끔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자매라는 관계가 그런가보다. 권지혜와 권혜미 두 자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예전 생각이 많이 났다. 내 동생과 나의 관계처럼 그렇게 늘 평행선을 달리던 모습들이 너무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둘은 피를 나눈 자매였고, 서로가 힘든 일이 닥치면 가장 먼저 달려와주는 사랑하는 사이인 것을. 그저 늘 옆에 있어줄 거라고 생각했고, 나중에 나이 들어 지금보다 철이 들고 어른이 되고 나면, 서로 의지하고 옛날 얘기 하면서 살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동생이었는데, 빈자리는 너무도 가슴저리게 다가온다. 싸우면서 정든다고 했던가. 유독 떠난 동생을 생각하면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에, 다시 볼 수 없다는 그리움에 목이 메인다.
한때는 잘나가던 동생에게, 지금 부모님에게 인정받는 언니에게, 자매라는 존재는 소설 속의 두 주인공처럼 서로 경쟁관계에서 늘 부딪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뭉치게 되면,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늘 이것 저것 나쁜 모습들만 보이다가도 힘든 모습을 볼 때면 가장 안쓰러워 달려가는 존재. 그것이 자매 사이라고 생각한다. 작가 '고예나'의 글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읽을 기회가 되었지만, 읽으면서 참 편안하게, 쉽게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했다. 쉽고 단순한 주제같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글이어서 더 실감나게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자매들에게 내 입장에서 들려주고 싶은 말은 언제나 곁에 있어주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조금 더 많이 서로 감싸주고, 후회할 말들은 조심하며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지금 가장 후회스럽지만, 어쩌지 못하는 일이기에.
따뜻한 체온이, 같은 피가 흐르는 체온이 느껴졌다.
...
"내는 니를 다른 동생이랑 바꾸라고 하면 절대 안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