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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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한 조각

 

    어리고 순수한 한 소녀의 삶의 여정이 처참하게 다가왔다가 다시 희망으로  따뜻한 마음이 들게 한다.  아프리카의 내전으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는지, 그것이 어찌 그들만의 문제인가.  '마리아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이 아팠다.  또래인 열 다섯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이 되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꼭 나와 같은 입장이 아니라도 누구라도 그 아이의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가슴 아프고, 무섭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14개국 1000만 독자를 감동시킨 소설, 미국 , 캐나다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 라는 글에 솔깃했던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읽는 동안 이것이 실화라는 현실이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이 더욱 더.

 

   몇 년 전에 <집으로 가는 길> 이라는 '시에라이온' 소년병 '이스마엘' 이야기를 읽고, 이 번에 다시 같은 나라에서  내전으로 인해  많은 희생을 감당해야 했던 '마리아투'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다.  열 네 살의 어린 소녀인 마리아투는  동네에 좋아하는 남자친구와 미래를 꿈꾸며  그저 그 또래의 소녀처럼 순수하기만 했던 아이였다.  '무사'라는 남자친구 역시 마리아투를 좋아했고  언젠가는 무사와 함께 예쁜 아이들을 낳아 행복하게 살기를  꿈꾸는  예쁜 소녀.  어느 날 마리아투가 꿈꾸던 이런 고운 그림들은 산산이 부서져 버리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으로  삶을 짊어지게 된다.

 

"알라신이여, 마을 사람들을 향한 저 총알 중 하나가 빗나가서 부디 제 심장을 뚫게 해주세요. 차라리 절 죽여주세요." 나는 간절히 기도했다. 저항을 포기한 채 내 운명을 소년들에게 맡겼다. ( P. 39 )

 

    마을을 습격한 반군에게  손이 없어야 선거를 할 수 없을 거라는 이유로  양 손을  잘리게 되고,  죽을 고비를 넘기며 겨우  살아난다. 하지만  얼마 후 자신이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아이가  고모부의 친구이자 자신을 두 번 째 아내로 삼고 싶던  나이든 사람이 자신을 겁탈했을 때 생긴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임신한 몸으로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하게 되고,  거리에서 구걸을 하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던  마리아투는 아들을 낳는다. 하지만 아들 역시  일년을 살지 못하고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나고, 아기가 죽은 이유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며  우울하고 슬픈 나날을 보낸다.

 

'압둘은 내 팔 위에서 축 늘어져 커다란 갈색 눈으로 허공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 사흘 뒤에 압둘의 몸은 깃털처럼 가벼워졌고 옴짝달짝 하지 않았다. 숨결은 차츰 잦아들었다. ' ( P. 111 )

 

    하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과 마리아투의 노력으로  지금은  유니세프 특사로 활동하며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있다.  손이 잘리고 목숨을 다해 길을  찾아 나섰을 때 자신에게 '망고 한 조각'을 건내 주던  길 위의 남자처럼, 자신도 손은 없지만 목소리는 아직 남아있기에  세상을 향해, 자신의 고향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감사한다.  지금 자신의 처지를   비참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아직  '망고  한 조'각으로 힘을 냈던 자신처럼  지금 아픔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달콤한 '망고 한 조각' 이 되어, 그들이  삶에 희망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속에 무언가가 변했다.

이제 나는 앞뿐만 아니라 뒤도 함께 볼 것이다.

아무런 미련 없이.'

 ( p. 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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