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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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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돈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는 일이 너무도 당연시 되고 있는 현대를 살고 있다. '비즈니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아프고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새롭게 부의 상징으로 자리하는 신시가지의 사람들과 그 신시가지의 존립을 위해 필요한 구시가지의 사람들인 시장, 주리, 나, 타잔, 여름이를 통해 우리가 삶이라는 것에 대해, 자본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하게 한다. '신시가지'의 사람들은 ' 구시가지'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시가지의 쓰레기를 실은 차들만이 '짐승의 마을' 로 온다. ( 본문 14쪽 ) 짐승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구시가지 사람인 나와 타잔, 여름이의 이야기는 아프다. 그렇다고 신시가지에 사는 주리와 시장이라고 행복하지도 못하다. 우리가 삶에 대해 더 많은 시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나는 그 애가 오로지 전사가 되기를 바랐다.' ( 본문 136 쪽 ) 구시가지에 사는 엄마인 '나'는 하나뿐인 아들만큼은 아버지처럼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좋은 대학을 가는 길이고 그러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팔아 아들의 과외를 시키는 일 정도는 죄의식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아들에게 늘 패배하면 죽는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아들만큼은 나와 다른 삶을 살게 되기를.
'눈물은, 그는, 그리고 꿈은, 멸망으로 가는 나의 '조국' 이었다.' 이제 그녀는 비즈니스가 아닌 사랑을 느끼고 싶다. 사랑만이 비즈니스가 아닌 유일한 길이었고 그만이 그녀에게 유일한 사랑이었다. 서로의 순수함을 알아가고 그 속에 진실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처럼 처절하게 싸움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몸부림을 해야 하는 비정한 곳이 아닌 그의 품이 그녀에게는 남편에게 첫 키스를 받았던 이팝나무의 꽃 그늘이 되어 다가온다.
태어나면서 자폐증을 앓아왔고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 늘 혼자였던 아이 여름이. '옳거니, 그 애한테는 어느덧 내가 바로 '조국' 이었다.' ( 본문 144 쪽 ) 말하지도 웃지도 않던 아이가 나를 엄마라고 부른다. 천사같은 미소로 나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기다리며 천사같은 그 아이의 엄마가 된다. 예전의 '전사'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몸까지 팔아가면서 키우던 아들도,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남편도 그리 그립지도, 많이 생각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지금 여름이와 함께 그녀는 행복하다.
<비즈니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고민할 여러가지 문제들을 제시하고 지금 현 사회의 모순들을 마주하면서 나 역시 많은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삶의 방향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내 아이들을 미래를 어떻게 지켜줄 것인지, 갈수록 더욱 살기 좋은 풍족한 세상에 우리는 왜 더 많이 아파하고 죽고 싶어하는지 알수 없다. 삶에 대해 너무 아프게, 슬프게, 공감하며 정신없이 빠져들어 갔다.
'내 인생의 분문엔 '새 종이에 새로 판 도장을 찍은 듯' 한, 그 어떤 '전설'도 깃들여 있지 않았다. 그래서 마흔이 되기를 오래 전부터 기다려왔던 것 같기도 했다.' ( 본문 227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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