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터 -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1미터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

 

    소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유독 기억상실증과  식물 인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다.  극적인 상황에  사고를 당하고 그로 인해 모든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 한마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인간이 되어  이야기는  더 흥미롭게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기억상실증 역시 거의 같은  드라마나 소설에서 이용된다.  극적인 재미에  이 두 가지 만큼 더  효과적인게 없겠다 싶을 만큼. 

 

    1미터 (너와 내가 닿을 수 없는 거리)는 식물 인간이라는 것에 대해, 질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자, 앞으로 그들을 대하는 마음이나 행동을  이전과는 다를거라는  마음이다.  자신의 몸을 손가락 하나 눈동자 하나까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겉 모습과 달리 모든 것이 보이고, 들리고,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내요이자 이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게 '강찬' 과 '찬강'은  한 요양원에서 한 병실을 사용하면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잘나가던 pd '강찬'은 사고 이후 식물 인간으로 3년을 병원에서 보낸다. 어느 날 아내는  강찬을  외진  '행복 요양원' 에 입원시키게 되는데,  강찬이 입원하는 병실에  또 한 명의 식물 인간을 만난다.  자신보다 훨씬 어린 '찬강'은  10대 후반에  강찬 처럼 식물 인간이   되었다.  찬강은  이제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어엿한 아가씨가 되었지만 여전히  요양원  병실에서  생활한다.  병원이라면,  요양원이라도 다른 질병이라면  남,녀가 따로 병실을 사용하겠지만  강찬과 찬강은  시간 맞춰 몸을 돌려주지 않으면 스스로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처지인 식물 인간인 상태로  한 병실을 사용하게 되고, 몸을 씻을 때조차 남, 녀로 구별하지 않는다.  

 

    하지만  놀랍게도 둘은 서로만의 교감으로 서로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서로 마음으로 대화가 가능해진다.  같은 병실에서 서로만이 대화가 가능하고 마음을 이해할 수 있던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손가락 하나 움질일 수 없는 침대와 침대 사이 간격 1미터의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그들 앞에  있는 것이다.  요양원은 그들 이외에도 여러가지 병을 앓고 있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이나 말기 암 환자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다.  모두 각각의  삶의 방식대로  요양원 생활에 적응하면서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맞는  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마지막을 앞 둔 사람들의  생각과  삶에 애착을 느끼는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더 진지해지는 마음이 된다. 

 

   말기 암 아내 '칠현'에게 지극 정성인  남편의 병간호 모습은 결국  죽어가는 사람을  보내기 안타까운 몸부림이지만, 그 몸부림 속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대부분 말기 암 환자의 가족은 여한없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치료를  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방법들이 환자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죽음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안정을 취해야 할 시간에 치료로 시달리다 죽는 사람도 많았다.' ( 본문 110 쪽)  물론 내 입장이 아니라 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너무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당장 내 가족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나 역시 죽음을 준비할 시간을 위해  마지막 순간을 담담하게  보내줄 자신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죽는 순간 칠현 역시 남편을 안쓰럽게 생각하고 모든 것을 용서하는 모습은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써 어떻게 죽음의 순간을  맞을 것인가에 대해  잘 말해준다.  고통 속에 있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겠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침대에서 가장 많은 화해와 용서가 이뤄진다는 찬강의 말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죽고 사는 것에 대해, 오래도록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가족들의  상황에 대해, 딸을 너무도 사랑했던 찬강의 아버지가 마지막에 했던 선택에 대해   누구도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강찬과 찬강이 이제 고통없는 곳에서, 아픔없는 곳에서 서로 자유롭게  손을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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