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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 개정판
셔윈 B. 뉴랜드 지음, 명희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늘 안타까운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함께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족이나 친지 중에 아흔을 넘기고 장수하시다 돌아가신 친할머니 외에 나보다 어린 나이에 죽음을 세 차례나 목격해야 했다. 수명을 다 하시고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할머니의 장례식은 조용하면서 별 흐느낌 없이 편안했다. 물론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찾아오시는 분들도 별로 어두운 얼굴은 아니었다. 마지막 가시는 순간까지 그리 힘들게 하지 않았고,정신도 놓지 않으셨고 그리 고생하지 않다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주무시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모두들 '호상'이라며 위로해주셨다.
하지만 나보다 두 살 어린 여동생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자살을 택했고, 작은 집의 큰아들인 나보다 한 살 어린 한 가정의 가장인 사촌도 같은 방법으로 일년 정도 차이를 두고 다시 죽음을 택했다. 또한 아버지의 4형제 중 막내 작은 아버지의 하나뿐인 외동딸인 사촌조카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죽음을 맞았다. 그래서 일까 이런 저런 죽음을 목격하면서 너무도 안타까운 마음과 슬픔과 함께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오래도록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금도 가끔씩 생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가슴이 뻥 뚫린 듯 허전한 마음과 함께 그리움이 밀려 들곤 했다.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는 나에게는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온 책이었다. 부모님이 없이 형과 할머니를 의지하던 저자가 할머니와 형의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을 써 나간 글들을 읽을 때는 많은 상념에 젖었으며 조금씩 내 마음이 치유됨을 느낄 수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글 중에 '브라운'의 수상록에 있다는 '투쟁과 고통을 치르며 미지의 세계로 들어오긴 했으나, 그 세계를 빠져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글 속에 인생의 모든 의미가 담겨 있었다. 어머니처럼 자신을 키워오신 할머니의 죽음을 하루 하루 지켜보는 저자는 할머니와 형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다. 자신 역시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지 않기 위해 어차피 죽음이 멀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저 생명을 연장하는 일에 매달린다. 그러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되고, 하루 하루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가 죽음을 맞는 것보다 조금 더 의미있게 생을 마감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나도 장담할 수 없다. 그가 느낀 방법이 객관적인 모습으로 가장 합당한 죽음을 맞는 방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내 가족의 죽음 앞에 의미있는 죽음을 위해 고통스러운 방법들을 일부분 포기할 수 있을지......
'나이가 많아 죽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무슨 엉뚱한 말이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 본문 81쪽 ) 처음에는 나 역시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내용을 읽어가면서 공감할 수 있는 말이었다. 쉽게 말해서 그저 '노령'의 의미만으로 죽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늙었기 때문에 낡은 신체가 자꾸 병이 나타나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인 만큼 많은 부분 피가 과다하게 흘러서 맞게 되는 죽음, 자살로 인한 죽음, 안락사 등 다양한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의학적인 견해로 전문적으로 분석해 죽음을 설명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부분 자신의 가족과 주변에서 목격한 죽음의 의미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여러 편의 실화를 읽는 마음이었다. 죽음이 늘 그렇듯이 안타까운 마음이 많았지만 특히 살인자에 의해 생각지도 않은 죽음을 맞은 코네티켓 시의 아홉 살 소녀 '캐티'의 죽음이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죽음의 의미와 죽음을 맞는 것에 대해서 '임종시 우리가 찾아야 할 존엄성은 반드시 우리가 살아온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 고 말한다. '존엄 있게 삶을 영위한 사람만이 죽을 때도 존엄 있게 죽을 수 있다.'는 글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의 의미는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