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개정증보판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지금 중학생인 딸아이가 유아기일 때, 그러니까 벌써 10년쯤 전에 2000년을 맞으면서  집필하신 <천년을  달리는 아이> 라는 어린이를 위한 책을 구입했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기에 너무 근사한 책으로 시집처럼, 이야기책처럼 아름다운 이야기와 희망적인 글들이  많았다. 이전에 이어령 선생님의 명성은 이미 들어왔지만, '천년을 달리는 아이' 를 만나면서  너무도 소중한 글들로 인해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지금도 생각나는 글 중에 줄 하나가 화살에 쓰이면 사람이나 동물을  죽이는 용도가 되지만,  하프에 쓰이면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세상을 보는 아름다운 눈을 갖게 하기에 너무도 근사한 내용이 가득했었다.

 

    이후  다른 종류의 책은 더러 접했지만,  시집으로는  10여년만에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라는 이 책을 만나 다시  선생님의 시를 만나니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이 책에 대한 소개 글을 보면서 전작인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읽었더라면 더 다른 느낌으로 선생님의 시들이  다가왔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경우 예전의  어린이를 위한 시집을 읽고 다시 만난 시여서인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선생님의  삶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 삶에 대한  진지함으로 다가왔다.

 

    1장의 '눈물이 무지개가 된다고 하더니만' 이라는 제목의 어머니들에게로 묶인 시들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한 사람으로 많이 반성하고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예쁜 말만 골라주면서 키울 것 같았는데, 한 살씩  커가면서  받은 것 만큼 돌려주지 못하고 늘 부족한 부분만 곱씹어 가면서 아이와 갈등하고 있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머리말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그리고 보여서는 안될 달의 이면 같은 자신의 일부를 보여준 것'이라는 의미를  70여편에 달하는  시를 읽어가면서  자주 느낄 수 있었다.  시집을 내시면서 그래서 부끄럽고 즐겁다는 선생님의 솔직한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밤새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아침에 되어 다시 읽어 보면 도저히 전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감정이  깊을 때 쓴 일기장을  마음이 정리된 후  읽어 보면 부끄럽기만 할 때도 있다.  말랑 말랑한 자신의 알맹이를 드러내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시집을 냈다는 말씀처럼 70여년을 살아오신 선생님의  자서전 같은 시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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