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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썰매타기 ㅣ 고인돌 그림책 9
이호철 지음, 임연기 그림 / 고인돌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신나는 썰매타기

<신나는 썰매타기> 는 아이들 동화책이지만, 아이보다 내가 더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된 책이었다. 읽는 동안 너무도 글과 그림이 실감 나고 정성이 느껴져 글을 쓰신 '이호철'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신 '임연기' 선생님의 다른 책까지 검색을 하게 되었다. 그 시기를 겪지 않은 사람이라면 정말 이렇게 근사하게 묘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과거로의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몇 차례에 걸쳐 실내 스케이트장에 데리고 간다. 이제 제법 혼자서도 즐길 수 있을 만큼 스케이트를 잘 타게 되었지만, 복잡한 실내로 인해 제대로 즐기기가 쉽지 않고, 내 어릴 적 이 그림책 속의 동네 아이들과의 즐거운 일상과는 거리과 멀다.
장난감도 변변치 않고, 놀 거리도 많지 않았지만 그 시절 아이들이 지금 아이들보다 훨씬 행복했을 거라는 사실은 의심하지 않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일정이 빡빡한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할 수 없는 많은 놀이들이 있었고, 왕따 라는 말은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서로 함께 어울리며 놀았다. 땅거미가 지도록 고무줄 놀이, 공기놀이, 땅 따먹기, 비석치기.... 그리고 추운 겨울이 되어도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지금 아이들과 달리 스케이트에 눈싸움 하기, 눈사람 만들기 등 정말 실컷 놀면서 하루 하루를 보내곤 했다.
'썰매타기'의 그림에 등장하는 썰매는 중년인 나에게도 도시에서는 색다른 물건이었다. 도시에서 성장한 나는 방학이면 간혹 시골에 가곤 했는데, 그때 시골 아이들이 꽁꽁 언 개울이나 논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을 처음 보게 되었고, 같은 나이의 큰집 사촌과 매일 썰매타기에 빠져서 지내곤 했다. 꽤 오랜 시간을 머물며 겨울 방학을 시골에서 보내곤 했지만, 항상 돌아올 때면 집에 간다는 들뜬 마음과 함께 시골 아이들이 부러운 마음을 갖곤 했었다.
<신나는 썰매타기>의 저자이신 '이호철' 선생님의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 낸 이야기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도 '호철'이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아버지는 이런 저런 집안일을 시키지만, 썰매타기에 빠진 호철이는 아버지 눈에 뜨이지 않게 집을 빠져 나가서 동네아이들과 함께 썰매놀이를 즐긴다. 하루종일 썰매를 타고 언 몸과 젖은 옷을 말리기 위해 나뭇가지에 불을 피우고 둘러 앉은 아이들은 그것 또한 즐거운 놀이가 된다. 손이 빨갛게 트고, 온 몸이 젖어도 동네 아이들의 썰매타기는 긴 겨울내 내 멈출 줄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