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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 되돌아보고 나를 찾다
김용택.박완서.이순원 외 지음 / 더숲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반성
'나날이 생을 연명해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쌓인 죄가 수북하다.
죄가 낙엽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빗자루 하나 튼실하게 엮어 쓸어버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여생에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죄를 낳고 또 낳을 것인가.'
- 본문 39쪽 -
김용택, 박완서, 안도현, ... 너무도 좋아하는 작가분 들의 에세이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더군다나 나름 너무도 유명하신 분들이기에 그분들의 반성은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들었다. 머릿글에서 반성이란 지나간 날들을 후회하고, 자신을 꾸짖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 역시 반성이란 뉘우치고 후회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성의 진짜 의미는 '원래 자신이 품었던 생각, 처음 가졌던 자세, 출발점에서 가졌던 순수한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한다. 책 속에서 20명의 작가들의 반성을 읽으면서 반성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결혼 전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한 살씩 성장하면서 젊은 시절 별로 보기 좋지 않았던 모습의 부모님들 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공부에, 승부에 집착하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그러면서 때때로 내가 먼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멈추지 않기에 나도 발맞출 수 밖에 없다고, 지금의 교육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댄다. 딱 이런 내 마음이 너무도 잘 표현된 글이어서 인지 '이재무'님의 <집착과 울컥으로부터의 도피> 라는 글을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의 말처럼 튼실한 빗자루로 쓸어버리면 좋을 죄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집착은 끝이 없다. 아이들을 소유할 수 없음을 알면서, 아이들에게 집착이 오히려 누가 된다는 것을 나도 알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이것은 무엇인지.
책 속에서 장석주님은 '반성은 자기돌아봄' 이라고 말한다. '어떤 진리나 옳은 신념이라 하더라도 반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미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다른 것들에 대해 오만하게 살아왔는지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혼자 만들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을 그저 나 혼자 독불장군이었던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반성의 글들을 읽으면서 정말 반성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남는 음식물을 통해 자본주의의 공부는 끝도 없더라는 박완서님의 글에서, 아들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작대기로 이슬을 털어내시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식에게 집착함을 두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실린 글들을 읽어가면서 참 사람사는 모습은 모두 똑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가들의 일상이나 내 일상이나 그리 다르지 않으면서, 반성하고 돌아보는 일들도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해지는 시간이었다. 반성하고 뉘우치기만을 끝도 없이 반복하면서도 다시 고쳐 나가지 못하고 반복하는 나로서는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보게 된다. '뒤돌아보고 나를 찾다'의 반성의 진정한 의미를 마음에 새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