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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머니를 위한 여섯가지 은유

이미 오래 전 고인이 되신 저자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하나 하나 따라가는 시간은 소중하기만 했다. 우리 모두의 가슴에 어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은 같은 색깔이구나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순간 순간 나의 어린 시절과 교차되어 그리운 마음으로, 따뜻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어머니의 은유를 읽어 나갔다. '나 이제 어디에 가 그 귤을 구할 것이면 나 이제 어디에 가 어머니의 다리를 주물러 드릴 수 있을까.' 로 끝나는 <귤>에 대한 이야기는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이 너무도 따뜻하게 전해지는 이야기였다. 아픈 몸으로 수술을 받으시면서도 병문안 온 손님에게 받은 귀한 귤을 아들에게 보내주셨던 열 한 살 때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은 지금 지천 으로 널린 귤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보내주신 그 귤은 세상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귀한 귤이 아닌가. 어디 귤 뿐이겠는가, 세상 어느 것이든 어머니의 추억이 깃들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을...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인이자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던 선생님의 어머니의 추억을 들여다보면서 지금의 선생님을 만드신 분이 바로 그 어머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사람에게 베풀 줄 알고 덕있는 사람으로 소문이 날만큼 반듯하셨던 그 어머니의 모습이 선생님의 가슴에 이렇게 고스란히 남아서 굳건하게 아들을 이끌어 주고 계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의 말미에 cbs 라디오 인터뷰 내용을 문답식으로 담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부분을 여러 군데 발견할 수 있어, 아직 종교에 대해 큰 믿음이 없던 내게 여러가지 생각이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저는 독선적인 기독교인을 싫어했을 뿐입니다. 멀쩡한 사람보고 악마라고 손가락질하고, 나는 믿는데 너는 안 믿는 사람이라고 단죄해버리거든요. 아흔아홉 마리 양을 버려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를 찾아다니는 것이 크리스천인데 말이죠. 얼마나 독선적인 시각입니까.' - 185 쪽 - 내가 늘 느꼈던 것과 동일한 생각을 담고 있는 선생님의 생각을 여러 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고, 그런 생각들을 통해 내 닫혀진 생각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어머니! 칠순을 넘긴 노 학자에게도, 중년을 넘기 내게도, 어머니라는 단어는 색다르다. <어머니를 위한 여섯가지 은유>는 그런 의미에서 읽는 동안 이런 저런 과거에 빠져드는 시간이었다. 그 저 '이어령'선생님의 저서라는 사실만으로 읽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지만, 전작인 '지성에서 영성으로'를 아직 읽지 않은 상황에서 읽게 되었는데, 머리말의 '지성에서 영성으로'의 글을 출간한 다음 '어머니를 위한 여섯가지 은유'와 같은 이야기 책을 엮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글을 통해 전작을 먼저 읽고 읽었으면 느낌이 또 달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