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0
손석춘 지음 / 들녘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다운 집

 

   최근 북한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자꾸 불안감을 떨칠 수 없고,  관련뉴스에   더  관심이 집중된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천암함 사태로  안타까운 젊은이들을 떠나보낸지 얼나마 되었다고 이제 민간인들이 사는 곳에 폭격을 해 민간인 피해자까지 생겨나게 되었다. 더군다나 아직도 수시로 큰소리를 치면서  분위기를  한껏 불안한 정국으로 몰아가고 있는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벌써 60년 우리의 분단 현실이다.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생각할수록 암담함을 느낀다. 

 

   여든이 넘은 조선족에 의해 넘겨 받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손바닥크기만한  수없이 많은 낡은 수첩 보자기.  그것은 한 사람의 평생의 기록을 담은 일기장이었다.  연희전문학교 철학과를  다니면서 시작되는 '이진선' 이라는 인물의  60년 동안의 기록인 수첩은 죽음의 순간까지  사회주의자의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고민과 방황의 시간들이자, 한 사람의 슬프고 아픈 삶을 담아내고 있다. 마지막 죽음조차 자살을 택함으로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당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했던 한 사람의 양심의 흔적이다.  그가 자신의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남긴 일기에는 그의 평생의  삶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시  돌아보거니와 명백히 난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가 반드시 그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했으나 그보다 더 분명하게 자부할 수 있다.  옳은 길을 걸어왔노라고. 내게 주어진 삶을 온 순간마다 사랑했노라고. 주어진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노라고. 그 한계는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언젠가 무너질 것을  확신하노라고. ' - 본문 492 쪽 - (그의 마지막 날의 일기의 한 부분)  그는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도  삶을 사랑했고, 우리민족의 안녕을 기원했다.  그리고 한 순간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

 

   꽃같이 사랑스러운 아내와  어린 아들을  자신의 눈 앞에서 미국의 폭격으로  잃어야 했던  그.  아들은 아버지가 길을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잘살게 아름다운 집을 짖는 것' 이 혁명이라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밝게 보낸다.  아버지는 평생을  아들이 말한 아름다운 집을 집기 위한 혁명의 길을 걷지만, 갈수록 자신이 생각했던  혁명과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실패한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집> 을 읽으면서 자꾸 지금의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었다.  광복이전이었던  1938년 부터 시작되어  1998년 10월 까지의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책은  '이진선'이라는  삶의 평생의 이야기를 담은 일기장이다.  그저  한 사람의 삶을 담아낸 일기장이지만,  그의 삶의 하루 하루는 우리  분단의 역사의  하루 하루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니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이 얼마나  분단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알고 있을까 생각하다보면  남,북의 현실이  갈수록 더  골이 깊어짐을 느끼게 된다.  곧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일하게 3대 세습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의  어제와 오늘을  이 일기장보다 더  깊이 받아들일만한  책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  절실하게,  가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방법에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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