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리퍼블릭 - Orange Republic
노희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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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리퍼블릭

 

    '나는 왕따가 아니었다' 로 시작하는 강남의  청소년기 오렌지 족들을 다룬 이야기는 색달랐다.  같은 시대 비슷한 나이를 지났을 내가 읽기에도  참 다른 세상이야기다.  지금은 학부형인 내게 강남의  현실은 다른 각도로 가끔 가슴이 저리게 한다.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가 교육의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이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도 정말 드문 이야기가 되어 버린 현실에서  한 편으로는 나와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묻어버리게 되는 그들이다. 그래야 마음이라도 편하니까, 도저히  내 현실과는 너무도 괴리감이 드는 얘기들이 많아서. 

 

   소설을 읽으면서도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청소년기의 아이들 이야기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하루 하루가 참 많이 다르다 싶으면서  그저 부럽지 만은 않았다.  그런데도  '압구정' 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소설의 제목부터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갔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반감과  부정적인 마음을  깔고  읽을 수 밖에 없었지만, 거기 그 세계에도  나름의  아픔도, 고통도, 그들 여유로운 자들만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이 따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절대 강남의 오렌지족이 될 수 없는 자신의 상황에서 왕따 라는 말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왕따 라고 불리지는 않았지만,  왕따 일 수 밖에 없었는 준우. 그들만큼  넉넉하지 못하면서 그들 속에서 함께 하기 위해  그들과 서서히 한 편이 되기 위해,  함께 어울리기 위해  준우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다.  누구보다 깊은 교양과 똑똑한 머리는  드디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고,  부유층 아이들과  한 덩어리가 된다.

 

   잘나가는 부모를 둔, 누구나 들으면  부러워 할  그들 부모들의 비리는 자식들에게 또 다른 의미의 상처를 준다.  아이들은  특권층에 속한 자신의 부모들의  도덕적이지 못한 모습들을 보면서  성장하고,  반감하는  마음과 함께  더 어긋난 행동들을 일삼는다. 그러면서도  늘  아낌없는 뒷바라지를 받고 있기에 성적도  늘  상위권을 유지한다.  학교 선생님이  과외선생님이 되어  팀을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선생님이  낸  시험문제로  학교 시험을 치른다.  당연히  보통 아이들과는  경쟁이  될 수 없는 우위를 선점할 수 밖에.

 

   점점 도가 지나쳐 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쩌면 세상을  공평하다는 말이 맞는 건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보통의 서민인 나는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누구에게나 특권층이라 말할 만한  직업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만족하는 마음을 갖고 살고 있기에  나름의 다른 행복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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