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무정 2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밀림무정

 

 

승부란 적이 가장 강할 때 겨뤄야 한다.

떳떳한 죽음 당당한 승리.

산은 호랑이와 단 둘만의 승부를 원했다.

- 1권  본문  42 쪽 -

 

   사람 대 사람이 아니라 개마고원의 포수 '산'과  조선 호랑이 '흰머리'와의 피할 수 없는 7년간의 운명적인 승부의 세계.  산에게도 흰머리에게도  서로는 자신에게 오로지 단 하나뿐이 적수였다.  자신의 아비를 죽게 하고 하나뿐인 동생 '수'의 팔을 빼앗아간 흰머리를 죽이기 위해 산은  그의 흔적을 찾아 밀림을 떠돌며 개마고원 최고의 포수가 되었다.  산은 어릴 적 아버지에게 들어온 진정한 승부를 늘 가슴에 담고 왔다.  진정한 승부란 적이 가장 강할 때 겨뤄야  당당한 승리가 된다는  교훈. 그리고 아버지에게 배운 그 방식대로 흰머리와의 길고 긴 승부가 펼쳐진다.

 

   일제 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조국의 서러움  산과 같은 포수에게조차 비참한 승부를 강요한다.  그들은 '해수격멸대'라는 조직의 이름으로 우리 조선의 호랑이들까지 자신들의  과시용으로 사용하고 싶어한다.  절대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흰머리를 식인 호랑이라 하여  결국  개마고원에서 경성까지  옮겨가 상처 입은 흰머리를 우리에 넣어 창경원에서 일반인에게 공개하며 자신들이 공이라 떠벌린다. 1940년대 우리는 아무 힘이 없었다. 우리 조선의 호랑이 흰머리조차 지키주지 못하고 자존심을 구기게 할 만큼.

 

   산은 어쩔 수 없이  해수 격멸대와 엮이게 되고  '주홍'과의 인연을 맺는다.  호랑이를 연구하고 호랑이를 사랑했던 주홍과 평생을 호랑이를 죽이기 위해서 살았던 산은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둘 다 흰머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산은 줄곧 호랑이를 증오했고, 주홍은 내내 호랑이를 사랑했다. 둘은 함께 흰머리를 쫓지만, 호랑이에 대한 추억도, 감정도, 미래의 계획도 정반대였다. 산도 그미 처럼 호랑이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죽음에 이르는 앎이었다. -1권 본문 295 쪽 -

 


  산은 흰머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최고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평생을 걸만큼 사랑하는 적이 있다는 것.  절대 서로가 약한 모습을 보일때나 최고의 상황이 아닐 때는 공격하지 않는  승부. 밀림무정의 산과 흰머리의 대결을 따라가면서 지금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떳떳하게 승부하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약점을 찾아 뒷통수를 치면서 자신의 배를 불려가고 있는가. 나라는 나라끼리, 개인은 개인끼리  세상은 늘 전쟁중이다. 승부는 늘 비겁하게 약자를 탐하면서 이루어지고 그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한껏  떠들어댄다.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 15년의 세월을  보냈다는 저자는 우리 마음의 호랑이를 잡으로 밀림으로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평생을 두고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싸움. 내 안에 흰머리같은 존재를 담고  그것과의 승부를  멋지게 펼치는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승리를 꿈꾸는 삶을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때는 싸워 이기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소.

집착을 버렸다면 그들도 지금쯤 살아 있겠지.

모든 고통의 근원은 흰머리가 아니라 바로 나였소.

복수는 한탄 핑계였을 뿐.

- 2권 본문 433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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