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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의 공부 벌레들 - 조선 최고 두뇌들의 성균관 생활기
이한 지음 / 수막새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성균관의 공부 벌레들
참 재미있게 성균관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조기교육을 통해서라도 최고의 교육기관인 그곳에 자식을 입학시키기 위한 부모들, 능력이 아니어도 재력으로 입학이 가능했던 기부입학, 신입생들의 환영식에서의 괴롭힘, 수없는 학력평가와 함께 과거장에서까지 이루어지는 컨닝 사건들, 지금의 대학로같은 조선의 대학로 반촌, 패싸움, 성추행 등 정말 서책을 펼쳐놓고 낮이나 밤이나 공부만 했을거라고 생각했던 조선의 최고 교육기관인 그곳의 모습은 지금 우리시대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과도한 면신례는 당연히 세상의 지탄을 받았다. 이에 나라에서 엄하게 금지시켰건만, 쉽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본문 58쪽 - 새 학기가 되면 뉴스에 자주 언급되는 대학 신입생 환영식으로 인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씁쓸한 마음이었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경우도 발생하고, 심하게 구타를 당하거나 먹지 못하는 술을 먹어야 하는 등 접할 때마다 고쳐졌으면 하는데 늘 반복되고 있다. 성균관에서도 상읍례, 면책례, 신방례 등 신입생을 위한 신고식이 있었고, '율곡 이이'는 대표적인 희생자였다는 것도 새롭기만 했다. 임금이 엄히 다스려도 사라지지 않았다니 지금의 신입생 환영식의 사건들도 더 봐야하는가 보다.
체벌에 대해 최근에 서울지역부터 완전 금지되었다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하는 학부모의 한 사람이다. 체벌이 진정 교육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는 나로서는 조선시대 '중종'이 교육문제를 논하면서 했다는 말에 무조건 공감을 한다. '스승이 비록 가르쳐주고 싶어도 유생이 스스로 즐겨 배우지 않는다면, 이는 종아리를 때리고 겁을 주어도 될 일이 아니다.' 어느 경우든 체벌을 반대하지만 특히 체벌을 하는 사람의 감정이 실린 폭력적인 체벌을 볼 때마다 교사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과 그 사람의 인격을 생각해본다.
사교육의 심각성과 함께 조기교육의 문제, 성적으로 우열을 가리는 지금의 교육이 문제라고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과거에도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사간 이윤경이 말한 그 당시의 조기교육을 문제를 논한 내용은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지금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고학력의 학부모일수록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통계가 매년 반복되고 있고, 갈수록 그 정도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사실을 보면서 빈부의 격차가 교육의 격차가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학부모는 아이가 겨우 말을 시작하면 곧 장구의 학문과 문구를 꾸미는 글을 가르치고, 세상 일을 알기 전에 이익과 녹봉으로 이끌므로, 사모하는 것은 과거급제요 바라는 것을 부귀이며 옛사람의 학문하는 도리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기만 하면 떼 지어 웃고 헐뜯습니다." -본문 중에서 - ( 대사간 '이윤경' )
성균관 이야기를 다뤘던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최근에 방송과 함께 성균관에 대한 다양한 책이 나오고 있어 나름 궁금했던 성균관의 생활과 조선시대의 교육이었다. 상상했던 성균관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지만, 사람이 사는 모습은 과거나 현재나,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나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누구라도 한 번쯤 읽어볼만한 내용이면서 색다른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