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밥상 - 밥상으로 본 조선왕조사
함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왕의 밥상

 

 

'나날이 먹고 마시는 문제에는 충분히 진지하지 못했던 세종.

하지만 일화에서 볼 수 있듯, 그의 생각과 선택에는 언제나

생명을 아끼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를 다시 한 번 성군이라 부를 수 있다.

- 본문 54쪽 -

 

 

   역사를 좋아해서 더 재미있게 빠져들어서 책을 읽었다.  과연 왕의 밥상은 어떠했는지 얼마나 맛난 음식과 그야말로 전국, 아니 다른 나라에서 구한 산해진미들이 많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하지만 그들의  밥상은 그저 단순한 맛난 음식을 먹는 한 끼 식사가 아니었다. 밥상의  채소들을 보면서 농사의 풍작이나 흉작등을 감지하고 백성들의 고단함을 느끼기도 하고,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는 늘 반찬 수를 줄이거나 육식을 멀리하기도 했으니,  정말이지 근사한 임금님 밥상보다 지금 편안하게 그저 먹는 것만을 생각하며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내 밥상이 더 감사한 마음이었다.

 

   제 2장 '역대 왕의 밥상' 편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왕은 역시 세종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뚱뚱한 모습이었지만,  나이가 들어 노년에는 마른 몸에 온갖 병을 안게 되었다는 말에 그가 조선최고의 왕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짐작이 되면서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성군이 되기 위해, 정치적인 이유로 음식을 먹는 일도 늘 신경을 써야 했던 그의 노고가 느껴진다.  유난히 고기를 좋아했다는 그의 식성을 억제하면서  육식을 하지 않는 '철선'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는 '감선'을 시시때때로 실천했던 임금의  의지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그가 조선 제일의 성군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닌지.

 

   같은 임금이었지만 세종과 정 반대로 쫓겨나 죽음에 이른 왕 '연산군'은 밥상까지 드리워진 폭정을 읽으면서 밥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성군의 길을 마음껏 역주행 했다는 그의 음식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었다.  '실록'에 소개된 글 중에  '사슴 꼬리와 사슴 혀를 계속 올려 보내도록, 생산지 고을에 급히 글을 보내라.  귤과 유감은 비록 철이 지났지만, 만약 따서 저장한 것이 있으면 있는 대로 올리고, 나무에 달린 것이 있으면 가지가 붙어 있는 채로 올려보내라' 왕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이 글을 통해서도 임금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마음마저 들었다.  연산군은 임금이라는 자리를 무한한 권력을 가진 자리로 누구의 눈치도 볼 것이 없이 자신이 먹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모든 만행을 저질러 왔음을 왕의 밥상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누리고 싶은 대로 마음껏 누린 그의 삶의 마지막은 누릴 만큼 비참할 수밖에 없었다.

 

   4장 '밥상과 우주' 편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역대 임금들 중 단명한 다섯 왕과 장수했던 다섯 왕의 식습관을 비교한 부분이었다.  타고난 건강이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그들의 밥상을 비교해보면 단명한 왕과 장수한 왕들의 나름의  수명의 장단의 이유가 어느 정도는 비교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식습관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어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왕의 밥상의 이야기를 맺으면서  윤리적인 먹는 일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더 진지하게 여러 각도로 생각해보게 한다. 이제 먹는 일이 단순하게 내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을 벗어나 갈수록 사회문제,  환경문제 등을 담고 있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먹는 일이 더 이상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왕의 밥상을 읽으면서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면서 먹는 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새롭게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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