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ㅣ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나름대로 책을 열심히 읽는 편이었고, 어지간한 문학전집은 찾아가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학창시절 어느 정도 독서에 재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나름 이름이 알려진 고전문학은 일부러 리스트를 만들어 읽기도 했다. 하지만 이 번에 읽은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을 읽어 나가면서 아직 내 독서수준이 얼마나 얄팍한지 느끼는 시간이었다. 우선 제목이 주는 호기심과 표지의 자욱한 연기에 싸인 사진을 보면서 정말 색다른 재미가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책을 만났다.
저자인 '토머스 드 퀸시'는 지금으로부터 200여년전 청년기에 극심한 치통을 견디기 위해 처음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한다. 지금 내가 이 책의 제목인 아편쟁이의 고백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고, 심각한 범죄행위인 아편중독을 어떻게 고백할 수 있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에 관심이 갔다면, 절대적으로 지금 시대의 눈 높이로 본 잘못된 판단이다. 그 시대에는 아편이라는 것이 누구나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약이었고, 지금 사람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처럼 그 시대 사람들은 아편을 복용했다고 한다.
사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내겐 흥미로움과 함께, 난해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책을 읽다가 너무 어렵다 싶거나, 이해가 다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들때 내가 택하는 방법은 저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번역가의 해설이 있으면 해설을 먼저 읽고 다시 본문을 읽는 방법등이 있다. 이 책도 그저 본문부터 읽을때보다 뒷 부분의 번역가 '김석희' 선생님의 해설을 2~3번 천천히 읽고, 해설 앞부분의 '부록' 부분을 먼저 읽고 (부록에 해당하는 내용은 저자가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이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에 그의 아편중독과 그것을 끊기 위한 일지등을 소개하는 뒷얘기에 해당한다) 본문을 읽어나갔다. 그는 이 부록에서 부분에서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 예상하고 자신의 시신을 기증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글을 쓴 이후에도 37년이나 더 생존했다고 한다.
번역자가 해설부분에서 말하듯이 '어른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밤중에 울거나 경기를 일으키면 재빨리 아편팅크를 먹였다. ... 이처럼 대다수 사람들이 아편을 가정상비약처럼 여겨, 그 신세를 지면서 자랐다.' 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대적인 배경을 먼저 이해하고 글을 읽으면 저자가 나름 아편의 긍정적으로 묘사한 부분들을 이해하게 되어 저자의 글을 읽다가 생기는 반감이 어느 정도 줄어들게 된다. 지금처럼 아편이라는 것에 대해 죄악시 되지 않았던 시절 저자는 자신 역시 치통으로 인한 고통으로 정상적인 처방으로 아편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후에는 아편중독에 빠져 그것이 가져다 주는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치게 되고, 스스로 자신의 아편중독과 그 과정을 고백하는 글을 써냈다는 부분에 관심을 두고 책을 읽어 나가야 할 것 같다.
처음 아편 처방을 받고, 첫 복용 이후에 그는 아편에 대해 극찬을 한다. '내 마음이 가장 낮은 나락에서 하늘 높이 올라갔다! 내 안에 세계가 계시되었다! ... 그것은 만병통치약이었다. 인간의 모든 고통을 치료하는 진통제였다. ... 철학자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온 행복의 비밀이 당장 발견되었다.' 등의 글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아편이라는 것이 한 번 빠져들면 왜 그렇게도 헤어나오기 힘든가 하는 부분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편을 통증에 의한 치료목적으로 처방받아 그것에 빠져들게 되었지만, 그 중독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아편중독에 빠졌던 저자는 글을 마치는 마지막 부분에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야 함을 알면서도 이 이야기에서 뭔가 교훈을 얻어 아편을 복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게 된다면 목적은 충분하다고 생각하여, 결국 아편쟁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이 글을 썼다고 말한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내용의 반도 이해하지 못해, 해설을 읽고 본문을 읽기를 반복하면서 그나마 조금이나마 책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문학적인 부분의 해석은 내게는 너무 어렵기만 한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