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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에 띄운 편지
발레리 제나티 지음, 이선주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자에 띄운 GAZA 편지
- 언젠가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날이 오기를 -
‘나ㆍ너ㆍ그’ 하는 식의 단수는 존재하지도 않고, 그냥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라는 복수만 있는 거지. 불쌍한 팔레스타인 사람들, 아니면 나쁜 팔레스타인 사람들 하는 식으로 경우에 따라서 바뀌기만 할 뿐 바로 그 복수만 늘 존재하는 거지. 우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 본문 72 쪽 나임의 편지 -
십 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고 비극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열 일곱 살의 소녀 '탈'은 집 근처 늘 가던 카페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곧 결혼할 신부가 죽음에 이르는 모습과 여러 사람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을 쓴 편지를 유리병에 넣어 군인인 오빠에게 준다. 군복무중인 오빠는 동생의 부탁으로 자신이 복부 중인 가자 지구 바닷가에 그 유리병을 묻게 되고, 어느 날 분쟁 상대인 팔레스타인의 이십 세 청년 '나임'은 탈의 유리병을 발견한다.
유리병 속에는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에 대한 내용과 함께 탈의 메일 주소가 적혀있었고, 드디어 서로 대립하는 상태인 두 젊은이의 메일이 오고 간다. 두 지역에서 매일 상대방에 의해 저질러지는 테러와 공격등을 얘기하면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둘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둘 사이의 편지를 읽으면서 평화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탈과 나임은 평범한 삶을 꿈꾸는 착한 사람들이며, 또 따로 따로 한 사람씩을 놓고 보면 모두 착한 마음을 갖고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중학생 딸아이 학교 추천도서이자, 도서관에서 배우는 '1318독서토론'의 책이기도 하고, 부산 청소년 독서모임인 '인디고 서원'아이들이 펴낸 <인디고 서원에서 행복한 책읽기>라는 책목록에 소개되는 책으로 벼르다가 읽은 책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다루고 있는 내용인 <가자에 띄룬 GAZA 편지> 는 작가가 2003년 9월 9일 실제로 일어났던 테러를 목격하면서 그것을 계기로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서로를 승인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 한 카페에서 테러가 일어나 여러 명이 다치고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유대인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실제 스물 한 살까지 이스라엘에서 살았던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에게'라는 머리글 에서 '이 책은 하나의 유리병이 되었습니다. 모험소설에서 바다에 던져지는 유리병처럼,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바라면서요.' 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유리병 속에 담겼던 탈의 편지가 내게 왔고, 나도 드디어 탈과 나임이라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서,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면서, 그 아이들로 인해 새로운 희망을 꿈꾸면서.
'하지만 그만 멈춰야 하잖아! 우리 모두가 미궁 속에 빠져 있는데 아무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고, 모두들 자유로운 공기를 맛보기 위해 오히려 마구 화를 내면서 아예 모든 걸 부수고 있는 것만 같아.' -본문 100쪽 탈의 편지-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 이를테면 우리의 얼굴, 출생지, 부모를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는 걸 너도 잘 알지 않냐고. 그냥 우리가 생긴 대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과 더불어 스스로 해결하며 나아가야 하는 거라고...' -본문 167 쪽-
'언젠가 사람들은 폭력 속에선 승자가 있을 수 없으며, 전쟁에선 모두가 패자일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될 테지. 한 마디로 엉망진창이라는 걸. ' -본문 199 쪽 -